세종특별자치시의 땅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한다면 인근 지역은 물론 대구 등 타지방의 투기자금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세종시 땅값 상승률은 3월 이후 9개월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할 만큼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국토해양부 지가변동률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 땅값은 2011년 11월 이후 1년 동안 5.61% 상승했다. 지난해 11월에도 0.49%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7월 0.68%, 8월 0.64%, 9월 0.51%, 10월 0.34% 등 세종시 출범 이후 상승폭이 잠시 주춤했으나 11월 또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연출한 것이다.
토지거래량도 만만치 않다. 대구 등 대도시권과 비교하면 토지거래 가격은 물론 거래량 측면에서도 단연 두드러진다. 실제 지난 11월 전국 대도시별 순수토지거래량을 살펴보면 세종시는 105만2천㎡로, 서울(24만5천㎡)과 대구(104만8천㎡)는 물론 인천(100만3천㎡), 광주(71만㎡), 대전(41만5천㎡) 등 5개 도시보다 많았다.
"세종시와 인근지역 땅값이 많이 올랐지만 앞으로 개발수요를 감안하면 아직도 상승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세종시 계획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총 20여만 호의 주택이 건설된다. 호당 3억원씩만 계산하더라도 무려 60조원이 주택자금으로 세종시에 몰리게 돼 있다. 여기에 상가 등 근린시설에 투자되는 돈까지 포함하면 세종시에 몰려드는 자금은 천문학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국내 총 투자금은 한정돼 있는데 세종시에만 막대한 투자금이 쏠리면 타지방 건설 경기는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미 인근 지역인 대전은 세종시 블랙홀 현상이 가시화된 상태이고 대전에 이은 다음 희생양은 어느 지자체가 될지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세종시 부동산업계 일각에서 대전과 세종시의 신규아파트 분양경쟁을 빗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표현한다. 공급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을 뿐만 아니라 개발압력이 높아 대전시 주택수요자까지 끌어당기는 흡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세종시 개발로 대전과 청주, 천안 등 주변 대도시 부동산시장에 가격 동반상승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지만 다른 지역 부동산시장은 더 경색될 것이다. 세종시가 주변지역 투자금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팽창은 대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단독 유치를 희망했던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절반을 세종시 인근의 충북 오송에 떼 준 데 이어 각종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을 세종시로 뺏길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신생 도시인 세종시에 자생력을 불어넣기 위해 특별 보호'육성 정책을 펴고 있고, 세종시도 '인큐베이터론'을 주장하면서 정부 지원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지가와 땅값 상승률은 세종시보다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대구에 쏠릴 투자금이 세종시로 눈을 돌리는데도 그다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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