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라 시간이여, 너 참 아름답구나!" 독일의 작가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이렇게 썼다. 파우스트 박사는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고 감격한 나머지, 영혼을 악마에게 내 주어야만 한다는 최후의 그 말을 외치고야 말았다.
늙은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만나서 원했던 젊음도 결국은 시간이었고, 말기암 환자의 가족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도 시간이었다. 흐르는 물처럼 가둬 둘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갈망은 인생의 마지막에서 더욱 처절하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저 함께 하고 싶은 시간만 있으면 된다고 눈물을 흘린다.
'인생'이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관리해서 살아 내느냐는 것에 판가름난다. 삶의 질과 양을 곱하기로 정하는 것이 각자의 인생 사각형이라고 가정할 때, 사각형이 크면 클수록 성공한 인생이다.
인생의 크기를 결정하는 이 두 가지 요소 중의 하나인 '삶의 질'에 대한 해답은 비교적 쉽다. 매 순간을 행복하게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면 된다.
나머지 하나인 '삶의 양'이 애매하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도대체 얼마일까? 노후자금은 얼마쯤 모아야 할까? 언제 끝날 줄도 모르는 시간인데 어디까지로 생각하면서 준비하고 살아야 할까?
현대 의학은 삶의 양을 우리 노력으로 늘릴 수는 있다고 한다. 의사가 시킨 대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땀나는 운동을 하루에 30분씩 하고, 소금을 하루에 6g 이하로 먹기 위해서 김치도 포기할 정도로 뼛속까지 노력하면 수명이 고무줄처럼 죽 늘어날까?
확률적으로는 분명히 그렇다. 그러나 그 누구도 영원히 살 수는 없다. 이 말이 근거 있는 의학적인 정보를 포기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삶의 질과는 달리 삶의 양이란 늘리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소리다.
한 번쯤은 홀로 진지하게 '내 남은 시간'을 생각해야 한다. "공부에 익숙해질 만하니까 졸업이네요"라고 한 대학생이 졸업식에서 말했다. 환자들도 그런다. 그들은 인생 졸업식에서 "이제 먹고 살만하니까 몹쓸 병에 걸렸어요"라고 한다.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우리 가족들도 그렇게 말하면서 안타까워했다. 어제는 내가 그저 무심코 버린 순간들이었고, 내일은 비겁하게 없을 수도 있다. 남은 시간 관리의 현명한 첫 걸음은 영원히 있을 것 같은 내일의 재앙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인생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너무 많이 양보하지 마시길.
김여환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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