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전립선암

비대증과 엄연히 다른 질병…한국인에 악성 많아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전립선암에 걸리는 노인 환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건강상태가 좋아서 기대 수명이 10년 이상이라면 80세 이후에도 수술을 권한다.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전립선암에 걸리는 노인 환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건강상태가 좋아서 기대 수명이 10년 이상이라면 80세 이후에도 수술을 권한다.

전립선 질환 중 대표적인 두 가지가 바로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이다. 비대증은 대표적 양성질환이고, 암은 대표적 악성질환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립선비대증이 나중에 암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냐?'고 궁금해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전립선비대증은 암의 한 형태도 아니며, 암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주요 발생 부위도 서로 다르다. 전립선암은 주로 전립선의 주변대(말초대)에서 생긴다. 하지만 전립선비대증이 있다고 해서 암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 두 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도 많다.

◆한국 악성도 유난히 높아

전립선암은 서양 남성들에게는 가장 무섭고도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남성암 중 발병률 1위, 사망률 2위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도 현재 남성암 중 5위를 차지하며, 그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전립선암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가장 직접적 위험인자로 꼽힌다. 40세 이하에서는 전립선암에 걸리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대개 50세 이후 발병이 시작돼 특히 60, 70대에 가장 많이 암 진단을 받는다.

전립선암은 유난히 서서히 진행하는 암이다. 처음 생긴 뒤에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주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1980년대 한국 남성의 평균 연령은 60대 초반이었다. 전립선암이 있더라도 사망 시까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평균 연령이 70세를 넘어서자 문제가 심각해졌다.

우리나라의 전립선암은 유난히 악성도가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존스홉킨스대'하버드대 등 미국 대학병원의 전립선암 환자들 중 악성도가 높은 환자의 비율은 3.4~11%에 그쳤지만 서울아산병원은 24.1%에 달했다. 악성도가 낮은 환자 비율도 미국의 경우 병원별로 54~77%에 달했지만 우리나라는 23.6%에 불과했다.

왜 이런지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립선암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조기검진이 활성화되지 못했고, 유전적 차이나 식생활 영향도 있을 것으로 짐작할 따름이다.

◆조직검사 통해 암 확진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전립선암은 전립선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요도에서 조금 떨어진 주변대(말초대)에서 잘 생긴다.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려면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따라서 무언가 증상을 느낄 정도라면 이미 전립선 주위 조직이나 다른 장기로 암이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적 검진이 필요한 이유다.

증상이 전립선비대증의 배뇨 장애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증상만으로는 암 진단이 불가능하다. 처음 진단하는 방법은 전립선비대증과 같다.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서 전립선을 만져보거나 전립선 초음파검사를 통해 암이 의심스러운지 1차 판단을 내린다. 하지만 초음파검사만으로는 초기의 작은 암덩어리를 찾아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혈중 PSA 검사'라는 전립선에서 나오는 특이항원의 수치를 검사한다. 혈중 PSA가 일정 수치 이상이면 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들 검사를 통해 암이 의심된다면 조직검사를 한다. 전립선암은 CT나 MRI 같은 영상검사로 확진하기가 어렵다. 조직검사가 유일한 진단법인 셈이다. 초음파장비에 검사바늘을 달아서 6~12개 조직을 떼어내 검사한다.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검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암이 어디까지 퍼져 있는지 검사해야 한다. 주로 CT, MRI 및 뼈 스캔 검사를 한다. CT나 MRI는 전립선 내부나 림프절, 주변 장기 등으로 퍼진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전립선암은 뼈로 전이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뼈 스캔 검사도 한다.

◆로봇수술이 좋지만 비용 커

초기 전립선암은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다. 흔히 '전립선암은 수술받지 않고 내버려둬도 제 수명만큼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실제로 10년 전만 해도 전립선암 발병 연령이 65세 이상이면 적극적으로 수술하지 않았다. 암이 악화돼 사망하는 시점이 노화나 다른 질병으로 사망하는 시점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가파르게 높아지면서 요즘 수술의 기준 연령이 75세로 크게 높아졌다. 일부에선 85세 이상의 고령이라도 건강상태를 고려해서 10년 이상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 적극 수술을 권하기도 한다.

수술에는 배를 여는 개복수술, 복강경을 사용하는 수술, 다빈치로봇을 사용하는 수술 등 3가지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수술법이 좋을까? 개복수술은 전통적인 수술법이며 가장 저렴한 비용이 장점이다. 복강경이나 로봇은 출혈이나 감염 위험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정확한 시야를 통해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복강경수술은 기법이 까다롭다 보니 이를 시행하는 병원이 적다. 아울러 로봇수술은 가장 정교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이 복강경보다도 5~7배나 비싸다. 대구파티마병원 비뇨기과 김재수 과장은 "비용 걱정만 없다면 로봇수술이 환자에게 가장 좋지만 그만큼의 차이를 감수할 만큼 수술 결과에 큰 차이가 있느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고에너지의 방사선을 쪼여서 암세포를 죽이는 방사선요법이 있다. 예전에는 너무 많은 방사선을 쪼인 탓에 방광, 대장, 직장 등에 합병증이 생기기도 했지만 첨단기기가 개발되면서 이런 문제가 많이 해결됐다.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증식한다. 호르몬요법은 남성호르몬 생성을 억제하거나 전립선에 작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항암치료보다 부작용이 훨씬 적어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

다만 호르몬치료는 암의 진행이나 성장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역할을 할 뿐 치료는 안 된다. 일정기간이 지나서 내성이 생기면 다시 암이 진행한다. 수술이나 방사선치료의 보조요법으로 사용된다. 나이가 너무 많거나 암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의 경우, 수술이나 방사선치료가 불가능할 때 사용할 수 있다.

도움말=대구파티마병원 비뇨기과 김재수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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