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단상] '그 후'와 '이후'

"이후 벌어진 어떤 일에도 나는 신경 쓰지 않겠다." "과거 한 방송에서 모 배우와의 스킨십에 대해 말을 했는데 그 후 정말 심한 말을 들었다." "이곳은 관계자 이외의 사람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 외에 더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이 중에서 색깔이 다른 것을 골라내 보세요." "몰려든 그 패거리 가운데 그중 힘꼴이나 씀 직한 덩치가 다가서며 말했다."

앞서의 예문에 나오는 '이후' '그 후', '이외' '그 외', '이 중' '그중'에 대해 살펴보자.

'이후'는 이제부터 뒤, 기준이 되는 때를 포함하여 그보다 뒤를 뜻하며 "나는 너를 만난 이후로 가치관이 바뀌었다."로 쓰인다. '이외'는 일정한 범위나 한도의 밖을 의미하며 "몇 끼를 굶었더니 먹을 것 이외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로 활용한다. '그중'은 범위가 정해진 여럿 가운데를 뜻하며 "책을 세 권 샀는데 그중에 한 권이 파본이었다."로 쓰인다. 이와 같이 '이후' '이외' '그중'은 하나의 단어로 붙여서 써야 한다.

그렇지만 '그 후'는 관형사 '그'가 명사 '후'를 꾸미는 구성으로 띄어쓰기를 해야 하고, '그 외' '이 중'도 하나의 단어가 아니므로 붙여 쓰면 안 된다.

'이것/그것''아무것' '이곳/그곳''이때/그때''이번/저번''이쪽/그쪽''우리글/우리말'과 같이 관형사 '이, 그, 저, 아무' 및 대명사 '우리' 다음에 한하여 뒷말과 붙여 쓴다는 것을 함께 알아두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 꽃다발을 선물한 적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장미 꽃다발을 보면 대개 안개꽃이 장미를 받쳐 준다. 빨간 장미를 하얀 안개꽃이 받쳐 줄 때 장미의 아름다움은 더욱 돋보인다. 이같이 안개꽃은 장미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안개꽃이 없으면 장미의 아름다움도 덜 드러난다. 우리는 안개꽃과 같은 조연이 아니라 장미와 같은 주연이 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안개꽃처럼 다른 사람의 배경이 되어 주며 남들을 묵묵히 받쳐 주는 사람도 있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속담은 남의 처지가 더 좋아 보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남이 하는 일은 쉬워 보이고 자기가 하는 일은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10월 9일 한글날이 올해부터 다시 공휴일로 되었다. 한글 창제를 기념하는 한글날이 1949년 공휴일로 지정됐다가 1991년 국군의 날(10월 1일)과 함께 공휴일에서 제외된 지 23년 만이다. 한글날을 쉬는 날이 하루 늘어난 것으로 생각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말에 대해 띄어쓰기인지 붙여 쓰기인지 '미주알고주알 밑두리콧두리 캐는' 나 자신의 일이 비록 돋보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연의 삶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성병휘<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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