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은 문화공간] 예술마당솔

1990년대 문화갈증 해소 창구…많은 '솔 키즈' 길러내

# 마당극·답사 등 프로그램…한때 소식지 회원만 4천명

# 유사활동 단체 늘어나 고전…재창립 후 다양한 변신 시도

# 북콘서트·문화기행 등 마련

대구 중장년층 가운데 '예술마당솔'을 추억하는 이들이 많다. 예술마당솔에서 청춘을 보내고, 목마른 문화적 갈증을 채우던 이들이다. 한때 매달 소식지를 우편으로 받아보는 회원만 4천여 명이 넘었으니, 대구의 중요한 문화 공간이었다. 답사를 따라다니고 영화제 구경을 왔던 아이들이 자라서 어느덧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른바 '솔 키즈'들이다. 예술마당솔은 그동안 해산의 아픔을 겪기도 했으나 최근 다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예술마당솔의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회는 경직되어 있었다. 연극 한 편 하려고 하면 대본을 시청에 제출해야 했고, 종종 '공연불가' 판정이 나왔다. 간신히 검열을 통과해도 빨간 줄이 가득 그어진 대본을 받아야만 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땅히 공연을 펼칠 공간도 없었다. 그러던 중 대구에서 전국 마당극패들이 모이는 '민족극 한마당'을 열기로 했지만 행사를 치를 공간이 없었다. 문화계 사람들은 십시일반 마음을 모았다. 화가들은 작품을 내놓고, 각계각층의 성금을 모아 1990년 대구 남구 대명동에 80㎡(25평) 규모의 '예술마당솔'을 개관했다.

"당시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담아내기 위해서 '우리 것을 아는 모임' '답사'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문화에 목말라하던 중산층의 호응이 굉장했죠." '예술마당솔' 개관 당시부터 활동했던 손병열 사무국장은 그 시절을 이렇게 추억했다.

당시 유홍준 영남대 교수를 필두로 한국학 교수들이 이끄는 답사 프로그램들이 이어졌고, 전국에 답사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한국미술사 강좌도 인기가 많았고 영화제도 열었다. 노래패 소리타래, 극단 함께사는세상 등이 예술마당솔에 거점을 두고 활동을 이어나갔다. 문화공간이 서너 개에 불과하던 대구에서 예술마당솔은 대구문화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전후가 되자 비슷한 활동을 하는 단체 또는 문화공간이 급속하게 늘어났다. 반면 예술마당솔은 방향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갈등에 휩싸였고, 해산 선언을 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다 2006년 창립회원들을 중심으로 '예술마당솔 재창립선언'을 하고 새롭게 활동을 재개했다.

그동안 문화지형은 크게 바뀌었다. 공연장은 수십 개로 늘어났고, 주민센터에서까지 강좌를 연다. 예술마당솔은 '새로운 역할을 찾되 전통을 살리자'는 취지로 방향을 모색중이다.

"예술마당솔에서 진행하는 우포늪 기행을 다녀왔어요. 원시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너무나 좋았어요." 한 60대 노부부가 한 말이다. 예술마당솔은 1990년대 '청년문화'를 표방하며 문화적 갈증을 채워줬다면, 오늘의 예술마당솔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로운 것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도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이다. 예술북카페 '책의 사람들' 시즌2를 개설한다. 북콘서트 형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책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자연과 문화'를 주제로 한 '착한 문화기행'도 간다. 영양 주실마을 숲체험, 산나물기행, 영천 별빛기행, 충남 문화기행 등이다. 기존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문화를 테마로 한 기행이다.

예술마당솔은 문화 행사들을 기획하기도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어쿠스틱 뮤지컬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 시즌 2를 기획 중이다. '칠곡군 인문학, 예술과 놀다'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인문학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마을 축제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장기적인 프로그램이다.

이제 솔의 역사가 20년이 훌쩍 넘었다. 손 사무국장은 "회원들이 만족할 만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과 함께 솔이 축적해 둔 노하우를 지역사회에 환원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구 중구 서문로 2가로 사무실을 옮기고 아담하게 꾸몄다. 이곳에서는 30여 명 정도가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가끔 강연이 열린다.

예술마당솔이 어느덧 청년기를 보내고 있다. 053)423-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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