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문시장 모유 수유실 "대형마트 안 부럽네"

쇼핑 온 주부·아이들 북적…수유실 갖춘 전통시장, 대구 135개 시장 중

전통시장들이 상권 활성화를 위해 모유 수유실을 만들고 있으나 아직 극소수다. 그나마 있는 곳도 시설이 열악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서문시장 동산상가 수유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전통시장들이 상권 활성화를 위해 모유 수유실을 만들고 있으나 아직 극소수다. 그나마 있는 곳도 시설이 열악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서문시장 동산상가 수유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8일 오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고객지원센터 수유실. 서문시장 상가번영회는 2007년 고객지원센터에 4억원을 들여 수유실과 함께 놀이방을 마련했다. 지난달에는 500만원을 들여 시설 개'보수 작업까지 마쳤다. 그 결과 이곳 수유실은 주부들과 아이들로 항상 북적거린다. 이날 한 살 된 아기를 데리고 수유실을 찾은 주부 채승희(29'여'대구 동구 효목동) 씨는 "수유실이 없으면 아기를 데리고 쇼핑을 나올 엄두가 안 난다"며 "이곳 수유실은 올 때마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이용객이 많다"고 했다. 주부 조모(46'여'대구 달서구 용산동) 씨는 "모유 수유실을 갖춘 전통시장은 처음 본다"며 "시설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모유 수유실이 전통시장에 있다는 것만도 놀라운 변화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주부고객을 붙잡기 위해 수유실을 잇따라 설치하고 있다. 수유실은 젊은 엄마들을 붙잡을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어 상인들도 수유실 확대'설치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대구의 135개 전통시장 중 모유 수유실을 갖춘 곳은 서문시장과 동서시장, 관문시장, 서변중앙시장, 서남신시장 등 아직 5곳에 불과하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전통시장 현대화 작업에 들어간 예산은 173억원이지만 이 가운데 모유 수유실 설치를 위해 들어간 예산은 단 한 푼도 없다.

전통시장이 모유 수유실을 설치하는 이유는 젊은 주부 고객을 그러모으기 위해서다. 잠깐에도 몇 번씩 기저귀를 갈아야 하고 모유나 분유를 먹여야 하는 엄마들에겐 모유 수유실은 쇼핑의 필수이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에서 놀이방과 모유 수유실 유치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오는 엄마들의 구매력까지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하루 평균 이용객이 5만 명인 서문시장은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고객지원센터와 영'유아복을 판매하는 동산상가에 각각 모유 수유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동산상가 수유실은 건물 옥상과 지하 각각 두 곳에 있지만 둘 다 '수유실'이라는 작은 푯말이 없으면 알아보기 힘들만큼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4㎡ 남짓 되는 지하수유실은 높이 1m 정도를 제외하고는 온통 유리로 둘러싸여 있어 밖에서 안이 보이는 구조다. 문이라고는 망사로 된 커튼 한 장이 전부다. 커튼 사이로도 수유실 안이 훤히 보여 마음 편히 수유를 하기란 어려워 보였다. 옥상에 설치된 수유실도 상황은 비슷했다. 남녀공용휴게실에 칸막이로 구분한 3㎡ 규모의 작은 수유실 안에는 물건이 어지럽게 널린 소파와 테이블이 전부였다.

주부 김숙영(41'여'대구 중구 남산동) 씨는 "동산상가에 아이들 옷을 사러 종종 오지만 지하에 수유실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동산상가 상인 박모(45) 씨는 "동산상가는 영'유아복을 팔고 있어 젊은 엄마들이 많이 온다"며 "아늑하고 편리한 수유실이 설치되면 젊은 엄마들의 구매력을 많이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구'군청들과 같이 수요 조사를 거쳐서 예산을 확보, 수유실을 마련해 보겠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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