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4) 씨는 지난해 초 한 심부름센터를 찾았다. 아내 B(32) 씨가 이혼을 요구하자 '아내가 수상하다'고 여겼다. 이혼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하면 재산분할 과정에서 더 많은 돈을 가져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심부름센터는 착수금으로 300만원을 요구했다. 의뢰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센터는 A씨에게 동영상을 만들어줄 수 있다며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증거자료가 될 동영상을 얻어내기까지 A씨가 센터에 준 돈은 모두 900만원. A씨는 "불법행위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센터가 거액을 요구해도 거절하거나 신고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배우자의 개인정보 빼내기, 위치추적 등 '뒷조사'가 횡행하고 있다. 명백한 불법행위이지만 위자료 지급 등이 결정되는 민사재판에서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 성서경찰서가 31일 배우자 등을 뒷조사하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C(42) 씨(본지 1월 31일자 4면 보도)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배우자 등의 불륜사실을 확인해달라는 의뢰인 15명으로부터 각각 50만~9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누군가가 나를 미행하는 것 같다'는 한 여성의 첩보를 입수해 심부름센터 업주를 붙잡았다.
경찰에 붙잡힌 심부름센터 업주는 주로 남편이나 부인의 불륜 현장을 포착해달라며 센터를 찾은 의뢰인들이 많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대구지방법원은 31일 오후 C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센터는 차량 부착용 위치추적기를 주로 썼다. 그러나 현행법에 따르면 타인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나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불법(본지 1월 15일 자 5면 보도)이다. 이 때문에 간통죄 등 형사재판에서 이 같은 방법으로 확보한 동영상이나 사진은 증거 효력이 없다.
다만 재판상 이혼이나 정신적 피해를 이유로 한 위자료 지급 등이 결정되는 민사재판에서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불법으로라도 증거를 확보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굳이 현행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불륜 증거를 잡을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이혼 소송이 시작된 뒤 통신내용 조회 등 합법적인 절차로 입증할 수 있는 부분이 적잖다는 이유에서다.
대구가정법원 차경환 공보판사는 "이혼 소송에서 사설 심부름센터 등을 통해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밝히려다가 당사자나 가족들의 감정이 격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소송 개시 후 법원에 통신 내역이나 출입국기록 등을 조회신청해서 증거를 확보하고 이혼절차를 밟을 수 있으니 적법절차에 따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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