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득렬의 서양고전 이야기] 플라톤의 '국가'

플라톤의 주저 '국가'(Politeia)는 서양고전 가운데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국역본이 있지만 박종현 교수의 원전번역(서광사 간)이 널리 읽히고 있다. 이 책은 어느 한 분야의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철학'정치'경제'교육'문학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제가 다양하고 대화체로 돼 있어, 논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여러 명이 함께 읽으면 다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0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주인공 소크라테스, 그의 제자들 그리고 소피스트가 등장하여 열띤 토론을 벌인다. 제1권은 소크라테스 특유의 논법으로 정의 문제를 다루지만 2권부터 10권까지는 저자가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자신의 사상을 전개하고 있다. 이 부분은 플라톤의 독자적인 사상이 전개되는 중기에 저술되었음을 보여준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중에 태어난 플라톤은 23세 되던 해인 기원전 404년에 조국이 스파르타와 그 동맹국들에 의해 패망하는 모습을 봤다. 도시국가 의식이 투철한 청년 플라톤은 조국이 어떻게 패망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오랫동안 숙고하였다. 연구자들은 이 책에 대해, 플라톤이 50세를 기점으로 전후 10년에 걸쳐 집필한 것으로 믿고 있다. 플라톤은 시민들의 극단적인 이기심, 법과 재판에 대한 과도한 집착, 연극과 시인에 대한 지나친 사랑 등을 중요한 패망 원인으로 이해했다. 이러한 일들에 심취함으로써 시민들은 자기 교육과 정의 실현에 대해 등한시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플라톤은 조국의 재건을 위해 새로운 이상국가 즉 정의로운 국가의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국가'를 썼다. 그는 이상국가를 건설하면서 법률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그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시민들의 교육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교육받은 시민 없이 정의로운 국가를 실현할 수 없다고 믿었다. 시민들은 교육을 통하여 자신의 소질을 발견하여 자기 실현과 공동체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계층에 따라 지향해야 할 탁월성들 즉 지혜'용기'절제'정의를 체화하고 있어야, 비로소 전 시민이 행복한 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플라톤의 이상국가론은 이 세상에서 한 번도 제대로 실현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가 제기한 문제는 근본적인 것으로서 공동체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외면할 수가 없다. 인사청문회를 바라보는 우리는 한 사람이 동시에 부와 권력을 갖지 못하게 한 플라톤의 조치를 다시 한 번 음미하게 된다.

신득렬 전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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