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150만 명을 그러모으고, 직'간접 경제효과 2천300억원(강원발전연구원 분석 자료)을 창출하는 지역 축제가 있다. 강원도 화천에서 열린 '산천어축제'다. 인구 2만5천 명의 시골이 그 60배의 방문객을 맞는다. 세계적인 겨울 축제로 알려지면서 외국인도 4만 명 넘게 온다.
2003년 첫해부터 주민과 함께 이 축제를 키워온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 "방문객 수나 경제효과도 좋지만 먼저 주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지역 축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저런 축제를 운영하고 있는 대구경북 각 지자체에서 참고하면 좋을 부분이다. '축제 강소(强小)도시' 강원도 화천군의 정갑철(67) 군수를 만났다.
◆설경의 나라, 강원도 화천
1월 30일 대구에서 강원도 화천으로 가는 길. 고속도로를 타면 강원도 춘천까지는 그냥 아스팔트 풍경의 연속이다. 3시간여 걸려 춘천IC에 내리자 하얀 산과 들과 도심이 눈앞 가득 펼쳐진다. 내린 눈이 금세 녹는 대구와 달리 강원도는 겨우내 풍만한 설경이 이어진단다.
북쪽으로 조금 더 달려 화천으로 들어서자 이채롭기까지 한 겨울 풍경이 펼쳐진다. '여기는 38선입니다'라는 푯말과 아무렇지 않게 도로를 다니는 군용트럭과 탱크가 덜컥 긴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얼음 저수지 위에서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는 풍경에 다시 마음은 고즈넉해진다. 여기에 매년 1월이면 한 달 동안 시끌벅적한 즐거움의 풍경도 더해진다. 산천어축제다.
◆22만 명 찾는 지역 축제에서
"2002년 처음 군수가 돼 화천이 가진 것이 무엇인가 살펴봤습니다. 산지가 군 전체 면적의 86%를 차지하고, 농경지는 부족하고, 공장은 없고, 6'25전쟁 후 지역에 주둔한 군에 의존하며 60여 년간 먹고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살려면 어찌해야 할까 고민이 절실했습니다."
고민 끝에 주목한 것이 지역 축제였다. 화천에는 빙어 낚시가 소재인 '낭천얼음축제'가 있었다. 하지만 인근 인제 지역과 비교해 빙어가 잘 오지 않았고, 실은 주민들만 즐기는 동네 축제에 불과했다.
그래도 이를 개선하면 뭔가 되겠다 싶었다. 오지 않는 빙어 대신 산천어에 주목했다. 차고 깨끗한 물에만 살기에 그 자체로 '청정'을 상징하는 어종이라서 축제 소재로 매력적이었다. 또 지역 축제는 지역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는 것이기도 했다. 1970년부터 화천에서 말단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이후 그가 보고 듣고 살면서 느낀 화천 사람들의 심성도 자연만큼이나 청정했다. 산천어는 화천이 여는 축제의 소재로 '딱'이었다.
이외에도 젊은 기획가들 및 주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 내놓은 이런저런 발상과 기획이 더해져 2003년 1회 산천어축제가 열렸다. 대박이었다. 1억1천만원 예산으로 16일간 연 축제에 뜻밖에 방문객 22만 명이 찾아왔다. "6'25전쟁 이후 화천에 이렇게 많은 외지인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다음 해인 2004년에는 그 2배인 58만 명이 찾아왔다. 축제에 다소 회의를 가지던 주민들도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축제 진행은 물론 산천어 가공식품을 개발해 만들고, 어르신들은 공방에서 '산천어 소망등'을 만들어 거리를 밝혔다. 그러면서 2006년에는 방문객이 103만 명을 기록, 100만 지역축제 시대를 열었다. 불과 축제 4회째만의 성과였다.
◆세계가 주목하는 명품 축제로
"방문객 100만 명이라는 양적 성과에 취해 머물렀다면 지금 같은 산천어축제의 더 큰 성공은 없었을 것입니다." 질적 성과로 축제의 경쟁력을 탄탄히 다지는 것이 필요했다. 세계의 겨울축제를 살피기 시작했다. 당시 세계 3대 겨울축제로 '일본 삿포로의 눈 축제' '중국 하얼빈의 빙등(얼음조각) 축제' '캐나다 퀘벡의 윈터 카니발'이 꼽혔다. 2006년 이후 빙등축제와 윈터 카니발 주최 측과는 협력 MOU(양해각서)를 맺었고, 한'중'일 겨울축제 국제심포지엄도 열고 있다. 축제에 세계적 경쟁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축제 운영의 장기적인 틀을 마련했다. "축제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키려면 매년 다른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해 축제에 관심을 갖습니다. 또 이전 해에 귀 기울여 들은 불편사항에 대한 지적은 그 다음 해에는 반드시 개선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또 옵니다." 2006년 첫 100만 명 돌파 이후 산천어축제는 계속 방문객 수 100만 명을 넘겼고, 올해는 150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겨울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외국인 방문객 유치에도 힘썼다. 겨울을 맛보기 힘든 일부 중화권 지역과 동남아 국가들을 상대로 2009년부터 꾸준히 축제 유치 마케팅을 펼쳤다. 노력에 더해 행운도 있었다. "2011년 12월 1일로 정확히 기억합니다. CNN에서 산천어축제를 '세계 겨울철 7대 불가사의'로 선정해 보도했습니다. 시기가 참 기가 막혔습니다. 축제를 불과 한 달 앞둔 때였으니까요. 곧장 세계 20개국 94개 언론매체에서 산천어축제를 다뤘습니다."
노력과 행운이 합쳐진 결과 지난해 3만여 명, 올해는 4만여 명의 외국인 방문객이 찾았다. 중화권과 동남아 국가에서 오는 단체 방문객이 많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소규모로 오는 일명 '자유여행가'들도 늘고 있단다. 그래서 이들 모두가 만족스럽게 축제를 즐기고 또다시 찾을 수 있도록 매년 축제 인프라를 개선 및 보완하고 있단다.
◆관광 콘텐츠로 가꾸는 화천의 힘
"산천어축제의 핵심은 자연과의 조화입니다. 눈이 오고, 얼음이 얼어야 제대로 된 겨울축제가 되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자연환경에만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축제 시즌에 주력하면서도 일명 '노 시즌 페스티벌'의 경쟁력도 갖춰야 합니다. 방문객이 축제 기간 외에도 화천을 찾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래서 화천군은 겨울 외에도 여름에는 '쪽배축제'와 '토마토축제'에 힘을 쏟고 있다. 쪽배축제도 2003년 산천어축제와 함께 발상의 전환에서 탄생했다. 동요 '반달' 가사에 나오는 쪽배는 동화적 콘텐츠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 고려시대 때부터 수운이 발달해 소금배가 많이 다녔던 화천 지역의 역사적 의미도 담는다. 무엇보다도 축제에서 규정하는 쪽배란 '사람이 만든, 물에 뜨는, 무동력의 모든 것'으로 자기만의 배를 만들어 띄우는 이색 레저의 즐거움을 축제의 매력 요소로 삼았다.
토마토축제는 세계 최고 토마토축제인 스페인의 '라 토마티나'를 넘어서는 것이 목표란다. 무작정 토마토를 던지고 뒤집어쓰는 것이 아닌 가족 단위의 체험과 즐길거리가 있는 프로그램을 갖춰 승부하겠단다. "쪽배축제는 일주일에 방문객이 15만 명 오고, 토마토축제는 3일 동안 7만 명이 옵니다. 앞으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더 성장했으면 합니다."
축제 외에 안보관광 콘텐츠로 북한강에 있는 '평화의 댐'도 주목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상반된 사회적 시선이 투영되는 곳이지만 역사적으로 분명 가치 있는 콘텐츠라는 것. 기능적으로 휴전선 이남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댐이고, 6'25전쟁 때의 화천 지역이 배경이 된 가곡 '비목'의 발상지다. 여기에 최근 화천을 방문한 미얀마 아웅산 수치 여사의 핸드프린팅을 포함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12인의 핸드프린팅을 전시하는 등 이런저런 콘텐츠를 더하면 화천을 전쟁과 평화와 청정환경이 어우러진 관광 콘텐츠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황희진 기자
◆정갑철은?=1945년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났다. 1970년 지방행정서기보(9급)로 화천읍사무소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강원도 총무과장, 화천군 부군수 등을 거쳤다. 2002년 6월 35대 화천군수에 당선됐다. 이후 36대를 거쳐 현재 37대 화천군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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