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나를 잊어버리는 기쁨을 찾아 책갈피 넘겨…『카프카의 서재』

카프카의 서재/김운하 지음/한권의 책 펴냄

삶의 의미를 고민하며 왜 살아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사람은 이 책을 한 번 들어봄 직하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유명한 체코 소설가 밀란 쿤데라는 일상의 사소한 에피소드 하나하나도 운명의 급변을 가져올 수 있음을 말한다. 텅 빈 삶에 사색이 필요한 시대에 사는 우리는 살아야 할 이유를 이 책에서 찾아보자.

경북 영천 출신의 저자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뉴욕대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그는 '나는 누구이며 무엇인가?'라는 명제를 풀려고 알베르 카뮈, 공자 등 동서양을 넘나들며 엄청난 양의 독서를 했다. 이 책은 삶이 무엇인지, 삶의 의미와 행복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저자는 최소주의적인 삶, 무의미한 탐욕과 허영을 배격한 단순하면서도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고자 했다. 더불어 '고민과 불안이 삶을 고단하게 만들지라도 기죽지 않고 명랑하고 자유롭게 살자'라고 조언했다.

이 책은 머리글에서 화려한 개선식보다 독서와 사색을 즐겼던 로마 제국의 16대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중 '자기 자신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소개하고 있다. "인간이 사는 순간은 한순간이며, 그의 실체는 유동적이고, 그의 지각은 불분명하고, 그의 몸의 성분들은 모두 썩게 되어 있고, 그의 영혼은 소용돌이이고, 그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고, 그의 세평은 불확실하다. 육신의 모든 것은 강이고, 영혼의 모든 것은 꿈이요 연기다. 그리고 삶은 전쟁이자 나그네의 체류이며, 사후의 명성은 망각이다." 2천 년 가까이 흐른 지금 다시 읽어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명문이다. 삶의 의미를 다시 되새길 수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카프카의 서재'다. 카프카에 관한 글은 제2장에 카프카의 '미로'라는 제목에 들어 있다. 주된 내용은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철학서들이 소개된다. 그중에서도 왜 사는지를 사유할 수 있는 대목들을 잘 뽑아내 재구성했다. 제1장은 '인생이라는 주사위 던지기 게임에서'(밀란 쿤데라'소포클레스'파스칼 메르시어), 제2장은 '텅 빈 삶을 무엇으로 채우는가'(알베르 카뮈'카프카'공자), 제3장 '사랑하지만, 이제는 사라지고 있는 것들'(미셸 우엘벡'조지 기싱'니코스 카잔차키스), 제4장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진짜 나일까'(줄리언 반스'샹커 베단텀'몽테뉴).

저자는 사색하는 책읽기에 대해 "나를 잊어버리는 기쁨을 찾아 책갈피를 넘기는 것"이라며 "책갈피들 사이에서 영혼이 길을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274쪽, 1만4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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