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아리랑 마케팅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후 '아리랑' 선점을 위한 지차체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3대 아리랑의 고장인 강원 정선 ,전남 진도, 경남 밀양뿐 아니라 경북의 문경'영천'상주 등 지역 지자체도 서로 '아리랑 원조'라고 주장하며 기 싸움에 나섰다. 이들 지자체는 박물관 및 전시관 유치에 나서는가 하면 각종 축제와 홍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아리랑', 한국 대표 브랜드 부상.
'제2의 애국가'로 불리는 아리랑. 그러나 그동안 격(?)에 맞는 대접을 받지 못했다. 아리랑 연구소나 박물관'상설 공연장도 없고 국가 차원의 학술적 모임 한 번 제대로 열린 적 없다. 전국적인 조사 발굴이나 실태 조사는 물론 관련 자료의 정리 보존과 연구물에 대한 체계화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아리랑에 대한 안내서나 자료목록조차 정리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음악 교과서에서조차 사라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 정부가 아리랑의 세계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음악'노래로서 아리랑을 세계인에게 알리는 홍보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그뿐이었다. 남과 북을 하나로 묶는 노래였지만 아직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처량한 신세였다. 지방 곳곳에서 아리랑을 무대에 올렸지만, 민간단체의 연중 1회성 행사에 그쳤다. 대구경북 지자체에서도 아리랑과 관련된 부서나 육성 계획이 전무했다.
그랬던 아리랑이 최근 '국가 브랜드'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유네스코 인류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후부터다. 문화재청은 '아리랑 종합발전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관련 자료의 아카아브 구축, 체계적 수집과 보존'연구 및 학술 활동 지원, 국내외 정기공연과 지자체의 향토아리랑 축제 지원 등에 2017년까지 총 33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또 올 상반기에 '무형문화유산법'을 제정해 아리랑을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각 지역에 전수교육관을 세우고 체계적인 관리를 할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각 자치단체가 전승'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 치열
아리랑 선점에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곳은 강원도 정선. 정선군은 올해 정선아리랑 세계화를 위해 예산 280억원 규모의 전시문화공연센터를 착공한다. '국립아리랑연구원' 건립도 추진 중이다. 1월 2일 열린 시무식에서는 아리랑을 열창하며 아리랑 육성'발전에 대한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정선군 관계자는 "'정선아리랑'은 토속적인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고, 40년 전에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아리랑 보존 활동의 노하우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하다"고 했다. 군은 또 정선아리랑을 '단일곡조 최다 가사 수'로 기네스북에 등재할 계획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에도 정선아리랑을 주제가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재외동포들이 참여하는 '세계 한민족 아리랑 대축전' 개최도 계획하고 있다. 강원도 역시 '아리랑종합예술원' 설립을 추진하며 정선군을 후원하고 있다.
이에 맞서 경남 밀양군은 밀양대공원에 290억원을 들여 '아리랑파크' 조성을 추진 중이다. 밀양대공원 내 1만㎡ 부지에 내년까지 290억원을 들여 지상 4층(연면적 9천250㎡) 규모의 테마공원을 만든다는 것이다. 매년 4월 말 개최하는 '아리랑 대축제'를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역 문화유적을 연결하는 '친환경 밀양아리랑 길' 조성 계획도 발표했다.
전남 진도군은 전라남도와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전라남도와 손잡고 등재기념행사'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올해 3월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본격적으로 진도아리랑 관련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남도는 진도군이 격년제로 여는 '진도아리랑축제'를 매년 공동으로 개최하기로 하는 등 측면 지원에 나섰다.
이들 지자체는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을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줄 것을 문화재청에 신청했거나 조만간 신청할 예정이다.
◆대구경북, 아리랑을 선점하라
대구경북도 뒤늦게 아리랑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아리랑 관련 전시관이나 박물관을 건립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은 대구를 비롯해 문경'상주'구미'경산'예천 등 7, 8개의 토종 아리랑을 보유하고 있어 아리랑의 전승'발전의 메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문경'구미'예천의 경우 밀양아리랑 등 타 지역 아리랑과 달리 토속적인 노래방식과 문법을 가지고 있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지역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문경. 이미 문경시는 사업비 1천200억원(국비 1천100억원'지방비 100억원)을 투입해 문경읍 진안리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 1만3천여㎡ 터에 '아리랑박물관'을 건립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문경시 관계자는 "아리랑 가사에 사용된 아리랑 고개가 조선시대 500년간 한양과 영남을 잇는 가장 가까운 길인 문경새재로 추정되고 있는데다 서양 악보로 작곡돼 최초로 국외에 소개된 근대 아리랑의 원형이 '문경새재아리랑'인 만큼 문경이 국립아리랑박물관 건립지로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영천시는 경창대회 등을 열어 '영천아리랑'을 도시 브랜드화한다는 방안이다. 올 8월에서 11월 사이 영천 일원에서 대규모 아리랑 경창대회 및 영남아리랑대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만주 지역에서 불리는 아리랑의 뿌리가 영천아리랑인 것이 여러 조사에서 드러난 만큼 아리랑에 대한 전통과 역사에서는 어느 지자체에 뒤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2011년부터 '상주아리랑축제'를 열고 있는 상주는 이를 지역 대표축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역사성 있는 아리랑 고개와 연계해 특색있는 볼거리와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아리랑고개 옛길을 정비하고 다양한 체험 행사를 준비 중이다.
대구 역시 '대구아리랑'을 지역 브랜드로 키울 움직임이다. 매년 열리는 '대구아리랑 축제'는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국내 여러 지자체가 '아리랑 마케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중복'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리랑 연구자들은 아리랑 관련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기능과 특성이 구별되지 않는 유사한 문화시설을 중복 설립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북대 김기현 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아리랑과 연관된 박물관'공연장'전시장 조성이 지자체별로 유행되어버렸다. 일시적 관심이나 욕심으로 과잉투자하는 것은 세금 낭비에 불과하다. 엄정하게 과학적으로 검증된 아리랑을 집단적으로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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