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국내에서 불임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5만2천여 명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10년 불임 진료환자는 18만4천여 명으로 무려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불임 환자 급증의 가장 큰 이유는 늦어지는 결혼 연령 때문이다. 초혼 연령은 29.1세까지 증가했다. 차병원에서 진료받은 불임 여성 중 30대는 6.5%, 40대는 22.3%나 늘어난 데 비해 오히려 20대 여성은 18.6% 줄었다.
◆불임 스트레스가 오히려 임신 방해
결혼이 늦어진 여성의 경우, 늦은 임신에 대한 불안감 속에 결혼을 시작한다. 아기가 생기지 않아 불임치료를 시작할 무렵이면 임신이 불가능할까 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한다. 강박적으로 배란일, 가임기, 생리일 등을 챙기기 시작하고 다른 모든 일들은 뒷전으로 물러난다. 결국 지나친 스트레스가 임신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의학계에서는 스트레스가 어떻게 임신을 방해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어져 왔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젊은 여성의 경우, 난포(난자가 들어 있는 주머니 모양의 세포 집합체) 숫자는 오히려 많아 생식기능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난포 숫자가 빠르게 줄어 폐경을 앞당길 수 있다고 한다.
피임을 전혀 하지 않고,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는 부부가 결혼한 지 1년이 넘어도 임신이 되지 않을 때는 일단 '불임'으로 본다. 이럴 때엔 막연히 걱정하고 스트레스에 스스로를 방치하지 말고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특히 ▷월경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월경이 드묾 ▷골반염 치료나 난소 수술을 받은 적이 있음 ▷남편의 정액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고 있음 ▷결혼 때 여성 나이가 35세 이상 등에 해당되면 보다 일찍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남성의 정자와 달리 여성의 난자는 태어날 때부터 일정한 숫자가 정해져 있다. 대개 35세 이후에는 난자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떨어진 난소 기능을 되돌릴 수 있는 의학적 방법은 현재까지 없다. 이 때문에 여성의 나이가 많다면 조금이라도 일찍 검사와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낸다면 생각보다 쉽게 불임에서 탈출할 수 있다.
◆부부가 함께 검사받는 것이 필요
불임으로 병원을 찾는 부부 20쌍 중 7쌍은 남성에게 원인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부부가 함께 불임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대구차여성병원에서 지난 3년간 불임검사를 위해 방문한 남성들의 정액검사를 분석한 결과 정자 운동성이 49.7%에서 48.1%로 떨어졌고, 정상 모양을 가진 정자의 비율이 5.1%에서 4.5%로 줄어들었다.
증상이 가볍다면 몸 관리만으로도 쉽게 나아질 수 있다. 우선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량을 줄이고 금연해야 한다. 꽉 끼는 옷과 장시간 사우나도 피해야 한다. 평소 고환을 차갑게 유지하며, 적절한 체중 조절도 필요하다.
정액 내에 정자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무정자증으로 진단받은 남성이라도 고환에 있는 정자를 추출하거나 정자은행을 이용한 시험관 아기 시술로 임신이 가능하다.
여성 측 불임의 가장 흔한 원인은 나팔관이 막히거나, 골반 유착이 있는 경우다. 이때엔 자궁난관 조영술을 통해 나팔관이 막힌 위치와 얼마나 심한지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수술이나 시험관아기 시술 여부를 판단한다.
불임 원인 중 비교적 흔한 것이 배란 장애다. 다른 문제가 없다면 배란유도를 통한 주기요법만으로 충분히 자연임신이 가능하다. 이런 경우엔 자신에게 맞는 배란유도제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후 일정 기간 동안 배란유도를 먼저 시도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임신을 시도하게 된다.
대구차여성병원 김미경 교수는 "최근엔 미성숙한 난자를 몸 밖에서 키워 임신을 성공시키는 '미성숙 난자의 시험관아기 출산'까지 가능할 만큼 불임치료법이 발달했다"며 "불임부부들이 작은 희망의 끈이라도 놓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의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행복한 임신과 축복받는 출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도움말=대구차여성병원 김미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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