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길거리 불법 크레인 게임기 사라지나?

경찰 집중단속 통보에 업주들 자체 정화활동…계도기간 3월까지 연장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상점 밖에 크레인 게임기를 설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상점 밖에 크레인 게임기를 설치'영업하는 것은 불법이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산격초등학교에서 걸어서 5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상점에 크레인 게임기 6대가 설치돼 있었다. 한모(12'대구 북구 복현동) 군이 지폐를 넣고 게임을 시작했다. 조작기를 움직여 목표물을 끄집어내는 게임이다. 한 군은 "재미있어서 학원가는 길에 가끔 하는데 한 번씩 성공할 때도 있다. 오늘은 용돈이 다 떨어져 그냥 가야겠다"고 했다. 이곳 게임기에는 크레인 게임기에 들어갈 수 없는 라이터와 접이식 칼도 들어 있었다. 이곳에서 조금 더 떨어진 상점 앞에도 금지된 경품인 선정적인 사진이 붙은 라이터가 게임기 안에 들어 있었다. 상점 업주 김모(52) 씨는 "전기요금을 받고 자리만 빌려준 것이다. 경품과 기계를 관리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했다.

거리 곳곳에 성인용품을 버젓이 경품으로 내건 크레인 게임기가 어른은 물론 어린이까지 유혹하고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크레인 게임기는 일반 소규모 상점은 별도의 등록 과정 없이 2대까지만 상점 안에 설치할 수 있으며, 상점 밖에 설치한 게임기는 모두 불법이다. 경품은 모든 연령이 이용 가능한 제품이어야 하고 게임기는 상점 업주만이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크레인 게임기는 단속 법령이 무색하게 주택가, 학교 주변 길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학교 주변에서 여성속옷, 성인용품 등과 접이식 칼, 라이터 등 위험한 물품들을 경품으로 내세운 곳도 많아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게임기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줄곧 단속에 뒷짐만 지고 있다.

애초 정부는 지난달 11일부터 한 달간 집중 계도 기간을 가진 후 28일까지 경찰청과 집중 단속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지난달 3일 계도기간을 3월까지 늘리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크레인 게임기 운영자 및 유통업체들이 자체 정화노력을 하겠다며 유예기간을 달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 전국 게임자판기연합회는 통행에 지장을 주거나 2대 이상 설치된 게임기는 자진 철거하고 청소년 유해 물품 유통을 금지하는 등 자체적인 단속반을 결성해 정화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선 이유는 생계 수단을 잃을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크레인 게임기 운영자들 대부분은 게임기 관리를 주업으로 하는 상인들이다. 대구지역에서 크레인 게임기 10여 대를 운영하는 박모(50) 씨는 "190만원을 주고 산 게임기를 3만5천원에 되팔게 생겼다"며 "대책도 마련해주지 않고 무조건 단속을 하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고 하소연했다. 매달 10만원의 전기요금을 받고 게임기 설치 공간을 마련해 준 편의점 업주도 "요즘 같은 불경기에 적은 돈이지만 전기요금을 메우는 데 보탬이 됐다. 성인용품 등만 판매하지 않는다면 게임기 운영을 허가하면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

전국 게임자판기연합회는 1일 현재 무등록으로 운영되고 있는 크레인 게임기를 합법화해 떳떳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전국 게임자판기연합회 황인경(47) 회장은 "현재 무등록 대상인 수십만 대의 크레인 게임기를 정상적으로 등록해 세금을 납부하고 떳떳하게 영업하고 싶다.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달라"고 제안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게임자판기연합회에서 먼저 정화활동을 하겠다는 선언을 한 만큼 조건 없는 철거보다는 3월까지 추이를 지켜본 후 게임기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청소년 유해용품 판매에 대해서는 이달 11일부터 집중 단속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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