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 2013' 학생과 교사 터놓고 얘기하다

대구시교육청 세 번째 '디베이트 어울마당' 열려

대구시 교육청이 2일 경북여고 대강당에서
대구시 교육청이 2일 경북여고 대강당에서 '우리 시대의 학교를 말하다'를 주제로 세 번째 '디베이트 어울마당' 행사를 열었다.

2일 오후 찾은 대구시 중구 경북여고 대강당. 26개의 원형 탁자마다 학생, 교사가 빼곡히 모여 앉았다. 이들은 3시간여 동안 학교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한 초등학교 6학년 이모 군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기 1주일 전부터 우리 반은 체육 시간까지도 자리에 앉아 같은 문제를 반복해 풀어야 하는데 너무 지겹다"며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선생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힘들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원화여고 이현지 교사는 "학생들과의 관계를 어느 선까지 유지해야 할지 정하는 게 쉽지 않다"며 "친구처럼 학생들에게 다가가려 하면 학생들이 선생님답지 못하다는 말을 하고 일정 거리를 두면 젊은 선생님인데도 이해를 못 해준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아쉬워했다.

대구시 교육청이 학생, 학부모, 교사 간 소통과 공감을 화두로 진행하고 있는 '디베이트 어울마당'의 세 번째 행사가 2일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행사의 주제는 '우리 시대의 학교를 말하다'. 지난해 열린 1, 2회 행사 때는 각각 '우리 시대의 가족을 말하다' '우리 시대의 친구를 말하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행사에는 시 교육청의 토론 교육 인터넷 홈페이지인 네이버 카페 '디베이트 라이프'를 통해 신청한 초'중'고교 교사 100여 명과 학생 2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오전에는 경북여고 12개 교실에 조별로 나눠 들어간 뒤 토론을 벌였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완득이'를 소재로 담임교사의 자격은 무엇인지, 담임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등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밝혔다.

오후에는 원탁 토론이 이어졌다. 우선 '이런 점이 힘들어요'라는 주제로 학교의 문제를 진단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원탁에 둘러앉은 학생, 교사들은 각자 메모지에 생각을 적고 이에 대해 한참 의견을 나누고 나서 서너 가지로 추린 생각을 운영본부에 전달했다. 원탁마다 디베이트 연수를 이미 받은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1명씩 배치돼 사회를 맡았다.

각 원탁의 의견을 집계한 결과 ▷배려가 없는 학교생활 ▷노동이나 다를 바 없는 학습 강요 ▷경쟁과 이기심을 부추기는 분위기 등으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힘들어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교사들에 대해선 ▷학생들에 대한 차별 ▷일관성 없는 언행 ▷의사소통 능력 부족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렇게 약 1시간이 흐르고 나서 '우리 이렇게 해봐요'를 주제로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자리가 이어졌다. 진행 방식은 문제 진단 때와 같았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연극을 만들거나 1교사 1동아리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함께 어울리는 기회를 많이 만들자' '학급 규칙을 정할 때 교사와 학생이 합의해 일관된 기준을 만들고 지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행사 말미에는 교사와 학생들은 커다란 종이에 이날 이야기를 나눈 내용과 소감 등을 그림, 글 등으로 자유롭게 표현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청초교 이유진 교사는 "승패를 가르는 디베이트보다 이처럼 솔직한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보는 데 중점을 둔 자리가 마련돼 반갑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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