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의 편지에세이 '사랑은 외로운 투쟁'에도 나오듯이 2월은 다른 달보다 조금 짧아서 매력적이지만 올 2월은 좀 다르다. 타고르의 시 '꽃학교'에서 그려지듯이 2월은 땅속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도 언제든지 문을 박차고 나와 하늘엄마(태양)를 향해 솟구쳐 오르려는 봄꽃들의 희망을 품고 있지만 금년은 왠지 답답하다. 다락같이 오른 전기료 가스비 반찬값 등 생활물가 탓만은 아닐 것이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인 민심이 달포 전 대선 기간 전후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달라졌다. 뭔가 딱딱해졌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기적'은 어렵더라도 새로운 정치를 선물 받는 '감탄'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던 민심이 이런저런 이유로 상처를 받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주요 보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신상 털기로 보는 시각도 민심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달포 이상 말문을 닫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대선 개입을 비판받았던 조국 서울대교수는 4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윤창중 이동흡 김용준 인사는 야구로 보면 삼진아웃"이라고 언급했다. 함량 미달이라는 것이다. 심하기는 하지만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국무총리 지명자의 낙마를 안타까워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근본적으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를 주요 인물에 대한 청문회 전 언론을 중심으로 한 인사 검증을 신상 털기로 본 것은 유감이다. 김용준 사태 이후 공직 후보자들이 줄줄이 손사래를 치고 있다는 뉴스 이면의 현실도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가 일반인보다 더 도덕 정신에 투철하고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보편적 진리이다. 우리가 압축 성장한 지난 반세기가 다 그랬다고 묻어둘 일은 아니다. 근대화 이후 우리 사회는 어느덧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중산층이나 직장인들도 소소한 아파트 투기나 시골집 사들이기를 했고, 더 돈 많은 재벌이나 기업들은 결국 남는 것은 땅이라며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며 땅 투기를 했다. 그렇게 해서 어느덧 우리 사회는 '미친' 돈 사회가 되었다.
천민자본주의의 신봉자가, 무딘 도덕성을 지닌 탁한 인물이 새 정부의 리더가 되어서는 우리나라를 한 단계 더 행복하게 이끌 희망이 없다. 산업화 25년, 민주화 25년을 거쳐오면서 돈권이 인권보다 더 우위를 점하는 이상한 사회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다. 인사 검증은 결코 신상 털기가 아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도덕성, 더 가혹하게 따져서 윗물이 맑은 세상을 이제는 시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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