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이 따뜻한 떡국을 드시며 설 명절을 즐겁게 보냈으면 해요."
4일 대구 수성구 범어2동 주택가. 쓰~윽 쓰~윽 하는 소리와 함께 정겨운 웃음소리가 대문 밖으로 들렸다. 최승호(58)'김영희(52) 씨 부부가 거실에서 설 명절을 앞두고 홀몸노인들에게 전달할 떡국용 떡을 썰고 있었다. 가래떡을 썰기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작업을 마친 부부는 썬 떡을 일정 양씩 수십 봉지를 만들었다. 최 씨 부부는 떡 봉지를 설명절 전에 남산종합사회복지관에 기탁할 예정이다. 최 씨 부부는 올해부터 명절 때 떡국용 떡을 나누는 일을 새로 시작했다.
'부부 봉사자'로 알려진 최 씨 부부는 15년 넘게 알콩달콩 함께 봉사에 나서 주위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부부의 가장 오랜 봉사는 복지시설 자장면 무료급식이다. 무궁화봉사단이 매월 셋째 주 일요일에 실시하는 자장면 봉사에 올해로 15년째 동참하고 있다. 최 씨 부부는 지난달 20일에도 대구 서구 상리동 영락원에서 자장면 급식봉사를 했다. 부인 김 씨는 면 삶는 일을 도맡고 있다. 한 번 봉사에 나서면 찜통에 200여 명 분량의 면을 20여 차례 삶는다. 김 씨는 면 삶는 일만 하다 보니 면이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색깔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김 씨는 주방에서 면을 모두 삶고 나면 옷이 젖을 만큼 땀으로 뒤범벅이 된다. 남편 최 씨는 방에 있는 노인들에게 자장면을 배식하고, 틈틈이 봉사단원들의 활동 모습을 사진에 담는 일도 한다.
"우리 부부 모두 30년 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셨어요.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해요. 봉사에 나서 노인들을 대하면 꼭 우리 부모님처럼 느껴져요."
부부는 봉사를 하면서 알게 된 가슴 뭉클한 사연도 전했다. 수년 전 경산지역 한 양로원에서의 일이다. 80세가 넘는 노인이 자장면을 맛있게 먹고는 "내 평생 처음 자장면을 먹어봤다"며 고마워하는 모습이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부부는 13년 넘게 민요 봉사도 하고 있다. 참사랑가요봉사단 단원으로 한 달에 1, 2회씩 장애인시설이나 양로원, 보훈병원 등을 찾고 있다. 민요는 부인 김 씨의 몫이다. 소리에 대한 재능을 지닌 김 씨는 민요 봉사 때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선다. 최 씨는 부인의 민요 봉사 뒷바라지를 한다. 이 밖에도 부부는 중구자원봉사센터에서 열리는 노인이동대학에서도 3년째 민요 봉사를 하고 있다. 부인 김 씨는 더 멋진 노래 선물을 전하기 위해 지금도 학원에 다니며 창법을 배우는 중이다.
30년 넘게 닭'오리고기 식당 납품업을 하는 최 씨는 경찰기동대나 보육원, 장애인시설 등지에 고기를 수시로 전달하고 있다.
부부는 노래 반주기를 한 대 구입해 외로운 분을 찾아 노래 봉사를 하는 소박한 꿈이 있다. "우리 부부는 결혼할 때 형편이 너무 어려워 숟가락과 밥그릇조차 사기 힘들었어요. 지금도 어려운 이웃을 보면 우리는 안 먹어도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들어 탈이에요."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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