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씩을 들여 지은 경북도내 일부 문화예술회관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설 노후화로 대작(大作) 초청은 꿈도 못 꾼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문화 예술에 대한 이해 부족 탓에 인프라를 구축하고도 지원에는 소극적이다.
2010년 개관한 경주예술의전당과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은 각각 724억원과 495억원을 들여 건립했다. 부족한 재원 때문에 임대형 민자사업(BTL'Build-Transfer-Lease) 방식으로 건물을 지었고, 향후 20년 동안 지급해야 할 임대료가 건립비의 2배에 이른다.
더욱이 인력, 예산, 수요 부족 등으로 최고급 시설의 공연장 활용도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1천100석의 대공연장을 가진 경주예술의전당의 경우 지난해 공연일수가 105일이며 이 중 자체 기획공연은 16건에 불과했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은 공연일수 30일, 자체 기획공연 11건이 고작이다. 이는 대구 수성아트피아의 자체 기획공연 40건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구미문화예술회관과 포항문화예술회관은 대공연장이 좁고 내부 시설이 낡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구미문화예술회관은 대공연장 무대 규모(833㎡)가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절반(1천87㎡)에도 못 미쳤고, 포항문화예술회관은 조명이 단순하고 좌석도 낡아 시민회관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두 곳 모두 공연기획 담당자가 한 명뿐이어서 기획의 빈곤을 낳고 있다. 더욱이 구미문화예술회관은 순환 보직인 공무원이 공연기획을 맡아 전문성마저 떨어진다.
대구경북연구원 오동욱 사회문화팀장은 "비전문가에게 공연 기획을 맡기는 것 자체가 큰 문제다. 문화 공연 분야는 일반적인 지식을 습득한다고 해서 업무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전문 기획사와 소통하는 등 현장 경험과 시간이 비례해 시너지를 내는 분야"라고 말했다.
그 때문에 문화예술회관을 통해 지역의 문화 수준과 수요를 높이겠다는 애초 취지가 희석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문화 예술 수요를 창출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문화예술회관의 규모에 걸맞은 인력과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간섭을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등 소신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남대 조형대학원 민주식 교수(예술행정학과)는 "지역의 실정과 문화에 맞는 공연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고, 지자체는 관객 숫자에 집착해 평가하는 이른바 '경직된 양적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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