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최고의 졸업 선물 '반값 등록금'

얼마 전 지인을 통해 학자금 마련을 위한 적금을 소개받았다. 12년 동안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붓게 되면 목돈을 쥐게 되고, 필요 시 인출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적금이었다. 이제 두 돌에 불과한 딸아이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잠시, 상상을 초월하는 등록금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하나 들기로 했다.

"이제 원금까지 같이 갚을 수 있어서 아주 좋아요." 취업을 한 청년회 회원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해맑은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축하를 해야 할지, 위로를 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대구 지역 사립대를 졸업한 그녀의 전공인 건축과는 불행히도(?) 5년제라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고도 사천만 원의 빚을 지고 대학을 졸업하였다. 단지 하고 싶은 공부를 했을 뿐인데 장학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생활비를 줄여도 쌓여만 가는 수천만 원의 빚더미.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주는 졸업 선물로는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지난 5년 동안 대학 학자금 대출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3.7배나 늘어 3만 7천여 명에 이른다고 하니 그야말로 '사람 잡는 등록금'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5년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명박 정권 집권 기간 5년이었다.

요즘 '반값'이라는 말을 우리는 자주 접할 수 있다. 판촉을 위해 저마다 폭탄 세일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단어로 '반값'을 사용하며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소셜 커머스도 반값, 통신비도 반값, 거리에서도 반값 쿠폰이라며 전단지를 돌린다. 심지어 부동산 분양가도 반값이라고 유혹을 한다. 물론 대출을 떠안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뒤에 숨어 있다.

그리고 부모들을 한숨과 절망의 나락으로, 대학생들을 집단으로 빚쟁이로 만들었던 살인적인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나온 '반값 등록금'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갑론을박이 오갔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 저마다 차이가 있고 표현은 달랐다. 중요한 것은 '반값 등록금'이든, '등록금 부담 절반'이든, '저소득층 등록금 지원'이든 간에 심각한 사회문제인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와 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와 각 대학의 등록금 책정을 보면 대세를 거스르고 학부모와 학생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교과부는 등록금 인상을 잡겠다며 최근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3.1%의 1.5배에 해당하는 4.7%까지만 인상할 수 있도록 억제한다고 한다. 대학 당국은 천문학적 적립금을 남기고 소모성 경비를 펑펑 써가면서도 '동결' 혹은 '소폭 인하'를 하며 생색 내기를 하고 있다. 힘든 줄 아니 조금만 올려라 하는 교과부와 선심 쓰듯 내던 만큼만 내라 하는 대학 당국의 모습에서 등록금 문제를 걱정하고 해결하겠다는 진심이나 의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바야흐로 졸업과 입학 시즌이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온 가족은 시름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부모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투 잡, 쓰리 잡을 뛰어야 하고, 학생들은 학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 전선에 나서야 한다. 청년실업자들에게 학자금 대출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가고, 어렵사리 취업을 한 청년들에게는 원금 상환 폭탄이 날아갈 것이다.

다가오는 2월 25일은 18대 대통령 취임식이다. 그 즈음에는 전국 각지에서 졸업식을 진행한다. 취임식 자리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우리 청년들에게 졸업 선물로 '반값 등록금'을 선언하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면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최고의 졸업 선물이 될 것이다. 살인적인 등록금 문제로부터 가정을 지켜주고 청년들의 짓밟힌 꿈을 지켜주는 것이 당선인이 말했던 '국민 행복 시대'의 시작이다.

박석준/함께하는 대구청년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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