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 대구서 첫 시각장애인 합격

대구대 영어교육과 이우호 씨 3전 4기

이우호(사진) 씨가 대구광명학교에서 고3 진학반 시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모습.
이우호(사진) 씨가 대구광명학교에서 고3 진학반 시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모습.

"중도 실명의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어차피 나에게 닥친 불행이라면 꼭 이겨내고 싶었습니다."

5일 2013학년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 명단이 발표된 가운데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시각장애인 합격자가 탄생해 화제다.

인간 승리의 주인공은 대구대 사범대학 영어교육학과 출신의 이우호(39) 씨. 이씨는 "올해까지 총 4차례 임용시험에 응시한 끝에 합격하게 돼 기쁘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말했다.

이 씨는 20대 초반 군입대를 앞두고 받은 신체검사에서 실명할 수 있다는 갑작스런 통보를 받았다. 성인병의 일종인 '망막 색소변성증'이었다. 병은 1, 2년 새 급속히 진행됐고 결국 24세 때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여행을 좋아하던 평범한 한 청년에게는 절망의 시작이었다.

"모든 일상생활이 낯설게 됐죠. 이동하는 것부터 책 읽기, 여행 등 모든 게 어렵게 됐어요. 중도 실명이라서 눈이 서서히 안 보이게 되는 상황에 더욱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시련에 굴복하지 않았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고 할 수 있는 선에서 끝까지 해보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1999년 재활 훈련을 위해 다니기 시작한 시각장애학교에서 영어 선생님의 꿈을 꾸게 됐다. 걷기 연습을 하고 점자를 익힌 그는 마침내 2001년 대구대학교 영어교육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대구대학교 대학원에서 특수교육 전공으로 석사'박사 과정을 마쳤다.

최근 3년 동안에는 특수학교인 대구 광명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일반인에게도 어렵다는 임용시험. 그는 2008학년도 이후 4번의 도전 끝에 필기시험과 수업 실연까지 잘 치러내며 이번에 합격의 영광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는 부모님과 교수, 후배 등 주위 사람들의 응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임용시험을 준비하며 아직 끝내지 못한 교육대학원 박사 논문을 하루빨리 끝내고 싶다"며 "앞으로 일반학교에 다니고 싶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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