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졸업, 새로운 희망이 싹트는 순간

졸업은 입학보다 그 의미가 깊고 크다고 생각합니다. 끝남과 시작이 맞닿아 있는 까닭이며, 학생들이 하나의 단계를 마치고 더 큰 세상으로 발돋움하는 징검다리가 되는 까닭입니다.

유'초'중'고등학교 졸업생 여러분,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더 큰 꿈을 펼치려고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취업의 길로 나아가는 졸업생과 제자들에 대한 사랑으로 헌신하신 교직원, 아울러 자녀의 뒷바라지를 위해 노력하신 학부모님들께 한없는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특히 올해 졸업생은 제게 있어 봄날의 아기곰만큼이나 사랑스럽습니다. 학교폭력 등으로 대구교육이 어려움에 부닥쳐 있을 때 그것을 극복한 이 또한 학생들이었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여 학력뿐 아니라 예'체능, 디베이트, 정보, 과학, 기능 등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이번 졸업식은 꿈과 에너지가 마음껏 발산되는 축제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 교육청에서는 그동안 실시했던 형식적'획일적인 졸업식에서 벗어나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함께 소통'공감하는 축제형 학교 졸업식 문화를 권장'추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교육활동 영상을 감상하고, 학생들이 장래 희망을 표현하며, 부모님'선생님께 드리는 글과 제자'자녀에게 주는 글 등을 읽고, 장기자랑도 즐기며, 축가와 공연을 감상하는 등 창의적이고 다양하게 졸업식 축제로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저 또한 졸업 축하 영상을 마련하였습니다. 졸업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그동안의 노력과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행히 작년부터는 졸업식 후 학생들의 문화도 건전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졸업식 뒤풀이를 하기보다는 감사와 격려가 자리 잡은 행복한 졸업식을 학생들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어 무척 대견합니다. 모두의 축제가 되어 희망찬 새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졸업식이 되길 바랍니다.

새로운 희망을 가득 품은 졸업생 여러분, 저는 졸업하는 여러분께 '조금 부족한 것이 새로운 희망을 창조할 수 있는 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며칠 전 제 페이스북으로 소식을 전한 제자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친구들은 다 서울로 대학에 진학하고 본인만 지방대학에 다니게 되어 별다른 꿈 없이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정 형편이 갑자기 나빠져 학생 혼자의 힘으로 대학을 다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지방 대학이지만 등록금도 부모님이 내 주시고 가족이 함께하는 따뜻한 집에서 통학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어려움을 겪고서야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 후로 학생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자신의 공부도, 취업을 위한 준비도 혼자 힘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부족하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만하면 견딜 수 있다' 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일을 향하여 한 걸음씩 내디딘 결과 그 학생은 취업에도 성공해 지금은 안정된 직장에서 서울로 간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학생 여러분, 바라건대 지금까지의 학교 성적이 낮다고, 무엇 하나 잘하는 것이 없다고 포기하지 마십시오. 결핍의 정신을 창조의 세계로 이끄는 사람이 되십시오. 오늘의 졸업이 시작이 되어 여러분 안에 감춰진 끝없는 가능성을 확신하고 미처 깨닫지 못한 나의 재능을 끌어내고 발전시키는데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이제 한 번 주위를 둘러보고 "사랑합니다"를 다 같이 외쳐 봅시다. 친구들부터 선생님, 부모님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자신에게까지 마음을 다해 고마움을 전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올겨울은 여느 겨울보다도 무척 추웠습니다. 여러분을 보내는 졸업의 바람은 차갑지만 분명히 봄을 잉태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운동장 가득했던 여러분의 함성과 높은 기상, 그리고 꿈과 추억은 봄날의 들판에서 똘똘한 아기곰의 희망으로 싹트기를 두 손 모아 응원합니다.

우동기/대구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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