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살예방법 배워야 '우리 이웃' 지킨다

대구 재작년 735명 자살, 80% 죽기 전 주변에 표현…상담법 알면 사

김모(47'구미) 씨는 지난해 겨울 친구를 잃었다. 경제적 이유 등으로 힘들어하던 친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보를 듣기 얼마 전 만난 친구는 가지고 있던 책을 지인들에게 선물이라며 나눠줬다. 친구를 보며 '자살을 생각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김 씨는 "주변을 정리하던 친구에게 단 한 번만이라도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물었다면 친구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나모(47'여'대구 북구 매천동) 씨도 최근 여러 차례 자살을 접했다. 지난해 친구의 아들이 세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지난달은 사업 실패로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한 차례 자살 시도를 했던 친척이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나 씨는 친구의 아들과 친척을 자살 시도 실패 후 만났지만 딱히 해 줄 말이 없었다. 나 씨는 "그때 당사자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워했다.

자살이 급증하는 가운데 민간단체가 자살예방 교육 전도사를 양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자살 예방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한 해 대구지역에서 7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2007년(568명)보다 29.4%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대구지역에서는 11명의 청소년이 투신해 9명이 숨졌다.

이처럼 자살은 주변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 됐지만 자살 예방책이나 도움을 주는 방법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전문가들은 몇몇 자살 경고 신호만 알고 있어도 자살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 대부분이 죽기 전 주변에 직'간접적으로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대구광역시정신보건센터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80%는 생을 마감하기 전 죽음과 관련한 말을 내뱉거나 특정 행동을 보인다. "살기 싫다", "죽으면 해결될까" "잠을 오랫동안 자고 싶다"와 같은 말이나 자기를 비하하는 말을 자주 한다는 것. 아끼는 소유물을 남에게 주면서 주변을 정리하거나 어긋났던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말과 행동은 자살을 예방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 때문에 자살 위험 징후를 포착하고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나 가족이 곁에 있는 것이 자살 예방의 관건이다.

대구광역시정신보건센터 김영미 자살예방 팀장은 "누가 자살을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 옆에 도와줄 누군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자살을 감지하고 막아줄 수 있는 지인이 옆에 있으면 자살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살예방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 노인복지시설, 학교에서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자살예방교육을 받은 친구, 이웃, 가족 모두가 자살을 막는 '생명지킴이'가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대구광역시정신보건센터에서는 자살징후와 대처방법을 알려주는 자살예방교육을 생애주기별로 나누어 청소년, 성인, 노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청소년의 경우 청소년관련기관, 학교를 대상으로 자살징후 파악 및 도움을 주는 방법에 대해 관련 동영상 및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 성인 및 노인의 경우 직장 및 노인복지관, 노인 돌보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민간단체에서도 자살예방교육 전도사를 양성하고 있다. 한국자살예방교육원은 한국청소년지원협의회와 함께 지난달부터 '자살예방전문강사 양성'을 위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을 통해 자살현상의 이해와 예방, 자살 위기자 상담방법 등을 배운다. 이달 1일에는 1기 교육생 24명이 수료를 마쳤다. 이들은 다음 달 강의 시연 평가를 거쳐 '자살예방전문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해 학교, 공공기관, 기업에서 자살예방교육을 하게 된다.

한국자살예방교육원 조기찬 원장은 "자살 위기자 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과 달리 교육은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 예방법에 대해 알려 자살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가 더 크다"며 "앞으로도 자살 예방에 나설 생명지킴이들을 꾸준히 배출해 8년째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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