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잔칫상만 차려 줄라

오는 10월이면 대구가 또다시 세계로부터 주목받는다. '에너지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에너지협의회총회(이하 WEC총회) 때문이다.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후 2년 만의 초대형 전시컨벤션축제로 대구는 또 한 번 세계인들에게 도시 브랜드를 알릴 기회를 맞았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에너지 시장인 동아시아에서 90년 총회 역사상 두 번째로 열리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10월 13일부터 5일간 엑스코에서 열리는 대구WEC총회는 각국 정부 관료, 글로벌 에너지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학계,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가해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 이슈들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

참가 면면을 보면 각국 에너지 장관에서부터 피터 보저 로얄 더치셸 대표, 짐 로저스 미국 듀크 에너지 대표 겸 회장, 스티브 볼츠 GE 에너지의 전력 및 물 사업 부문 사장 및 대표,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장 등이 온다. 또 마이클 슈스 지멘스 에너지 대표, 칼리드 A. 알 팔리 사우디 아람코 회장, 제라드 메스타랄레 GDF 수에즈 회장 겸 대표, 프리드리히 사이츠 독일 바스프 화학 엔지니어링 총괄 대표 등 그야말로 에너지계의 거물들이 다 모인다.

대구WEC총회는 세계 각국 에너지 장관 및 정부 고위관리가 참석하는 각료급 회의를 통해 에너지 외교의 장(場)이 전개된다. 이와 함께 산유국 정부 관리와 기업 CEO 등 업계 최고위급 인사가 참가해 오일 머니 획득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업계 차원에서 보면 에너지의 지속적인 공급과 기후 변화 등의 이슈를 세계적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회이며, 글로벌 에너지기업과 공동투자나 잠재적 파트너십을 맺을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전시회에도 수만 명이 다녀갈 것으로 총회 조직위는 기대하고 있다.

WEC를 통한 직'간접 파급 효과는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세계에너지총회 개최를 통해 회의 및 전시 부문은 물론 기술 교류, 수출입 상담, 관광, 한국의 위상 제고 등 직'간접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에도 자칫 대구가 국제잔치에 밥상만 차려놓고 열매는 하나도 따먹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구시나 엑스코, 지역 전시컨벤션업체의 참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WEC 조직위원회는 전시컨벤션기획사(PCO)로 서울의 한 업체를 선정했다. 이 업체는 대형 국제행사를 진행한 경험이 많지만 지역의 요구를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WEC에 참여하는 글로벌 경영자들이 대구의 매력과 진면목을 체감하는 프로그램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북지역의 에너지산업 시찰, 동화사와 약령시 체험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대형 행사 주관업체는 보통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된다. 작년 대구전국체전이 대표적이다. 서울 기획사는 체전 개최 전에 당시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켰던 가수 '싸이' 초청에 미온적이었지만 지역 컨소시엄 업체와 대구시의 요구를 반영해 싸이를 개막식에 초청했다. 이 때문에 체전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입장권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다. 반면 대구WEC총회에는 지역 전시컨벤션업체나 행사 개최지인 엑스코의 참여가 막혀 있다.

대구는 우리가 간과하는 자랑거리가 많다. 작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근대골목투어는 다른 지역 시도민들도 많이 찾고 있다. 다른 지역이 앞다퉈 벤치마킹하고 있는 데서 그 가치가 증명된다. 또 동구의 연꽃단지도 얼마나 매력적인가. 대장균을 자연 박멸시키고, 화분으로 쓰면 같은 조건에서 식물이 보름 이상 더 생존한다는 방짜유기 박물관도 있지 않은가.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WEC 참가자들이 우리 문화유산에 감탄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100년 역사가 넘은 동구 평광동의 사과밭과 함께 팔공산의 단풍길을 투어코스로 잡아도 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다.

WEC를 통해 대구도 알리고, 지역에 돈도 떨어지게 하자. 지금부터라도 대구의 매력을 알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구가 헛심만 쓰고, 정작 과실은 없다.

2015년에는 세계물포럼이 대구에서 열린다. WEC에서 대구의 매력을 찾아내고, 보여주지 못한다면 세계물포럼도 잔칫상만 차려주는 꼴이 될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