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영화 만드는 재능은 타고나는 것일까?

칼럼의 제목은 영화계에서 오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 논쟁은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그리고 훌륭한 화면을 담는 촬영의 감각이 원래부터 개인에게 주어져 있었느냐의 물음이다. 물론 이 물음은 아마도 영화뿐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분야의 공통된 질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을 영화로 국한하는 것은 영화가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고난 육체적 능력이나 선천적으로 정신세계가 발달해 있는 등의 한 가지 우월한 능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여러 재능이 요구되는 분야이기에 선뜻 가부의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필자는 클라라 베런저가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에 대해서 '재능은 타고날 수 있으나 구조는 가르칠 수 있는 것'이라 언급한 것처럼 재능이 후천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래서 필자는 영화를 만드는 능력이 혹시 '2차 성징'과 같은 것은 아닐까 하고 추론해 본다. 인간의 물리적인 2차 성징이 또래들 사이에서 누가 먼저 털이 나느냐에 해당한다면 영화의 2차 성징은 굉장히 오랜 세월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가령 영화를 꿈꾸는 샛별들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청소년영화제 수상자들의 상당수가 성장해서는 영화를 만들지 않거나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한편 느닷없이 전혀 활동하지 않았던 40대 중반의 신예감독이 데뷔작을 들고 나타나기도 하는 곳이 영화계이다. 전자의 기대주는 얼마나 미래에 대한 희망에 부풀었을 것이며 후자의 대기만성형 인물은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세상의 우려와 비웃음을 어떻게 이겨내 왔을 것인가?

이처럼 개개인이 가진 영화에 대한 선천적인 능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성장 과정에서 어떤 환경에 놓여 있으며 학습과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필자의 의견이 어떤 '기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만약 영화를 만드는 능력이 정말로 태초에 타고나는 것이라면 지금 이 시점에서 재능을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미래를 믿으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영화인들의 소망이나 교육기관이 학생들에게 영화를 지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필자처럼 꿈은 있으나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재능은 계발되는 것이라 믿고 싶을 것이다. 마치 지금의 한파가 일기예보와 관계없이 이 긴 겨울의 마지막 추위라고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말이다.

김삼력<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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