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에 팔공산·금호강 등 지명 나와
# 강원도아리랑과 장단 닮아 지역 대표곡으로 유행 못해
# 1980년대까지 불려졌을 듯
1926년 서울에서 영화 아리랑의 배경음악으로 만들어진 아리랑이 빠른 속도로 유행하면서 지역에서도 지방색을 띤 아리랑이 만들어졌다. 경상도의 밀양아리랑, 전라도의 진도아리랑, 황해도의 해주아리랑 등이 만들어진 후 전문가나 지역민들에 의해 꾸준히 불리면서 지금까지 전승되어 왔다.
이 무렵 대구지역에서 불렸던 '대구아리랑'이 음반에 취입된 사실이 있다. 1936년 음반에 취입된 대구아리랑은 밀리온레코드사의 SP판에서 南道雜歌(남도잡가) '大邱(대구)아리랑'이란 제하에 당시 부산 동래권번의 기녀 최계란(崔桂蘭)이 노래하고 밀리온선양악단이 반주했다. 2008년 한국고음반연구회는 가창자 최계란의 사진과 대구아리랑의 사설이 수록된 가사지를 소개했다. 최계란이 부른 대구아리랑은 애조 띤 가락에 장구와 가야금, 서양악기인 바이올린이 등장한다.
사설에는 '낙동강' '(팔)공산' '금호강' 등 대구지역의 지명이 나오는데 나를 떠난 사랑을 기다리는 여인의 애절한 심정이 담겨 있다. 정을 두고 떠나버린 임을 그리는 마음이 낙동강 낙조에 비치고, 기약 없이 떠나버린 내 사랑이 봄이 오면 돌아오기를 고대한다. "낙동강 해 다 진데 우리 님아, 정나미 거둘라고 가실라요, 언제나 오실라요 내 사랑아, 봄풀이 푸르거든 오실라요." 이 음반은 현재 대구광역시 중구 대구근대역사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소리에 잡음이 많이 섞여 있지만 최계란의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1983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발간한 '한국구비문학대계'에서도 대구시 동구 불로동의 최양환(崔良煥)이 부른 '대구아리랑'의 음원과 사설이 수록돼 있다. 이 곡도 최계란이 부른 대구아리랑과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단지 경상도 중년 남성의 호탕함이 잘 드러나는 정도다. 이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지역에서 토속 대구아리랑을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가늠케 한다.
대구아리랑은 음악적인 면에서 엇모리장단의 강원도아리랑과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 소백산맥이 경계가 되는 강원지역과 영남지역은 민요권역에 있어서 동일한 메나리토리 권역에 속한다. 즉, 산의 노래라는 특성을 지닌다. 정선아리랑(강원도긴아리랑)과 강원도아리랑(강원도자진아리랑)은 소백산맥을 넘어 영남 내륙과 부산, 그리고 울릉도에 이르기까지 음악 형질의 큰 변화 없이 전승되었다. 결국 영남지역에 전승된 아리랑은 강원지역 아리랑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지역을 대표하는 아리랑으로 유행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영남지역에 전승된 토속아리랑은 경기, 충청, 전라지역 등 지역마다 존재하는 아리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름대로의 지역적 특색을 지닌다. 영남지역에 전승된 토속아리랑은 그 지역의 대표적인 아리랑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즉, 대구지역에도 지금까지 전승되어 온 토속아리랑의 실체가 밝혀진 이상 이 아리랑을 대구의 상징적인 아리랑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필자는 최계란과 최양환이 부른 대구아리랑을 서양 오선보로 채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창곡과 관현악곡으로 만들어 연주하기도 했다. 대구아리랑의 보급과 확산을 위한 개인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관련 기관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대안<작곡가·음악학 박사 umusi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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