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에 노총각 소리를 듣고 있던 나에게 결혼이란 딴 나라, 딴 사람 이야기였다.
하지만 간절한 기도 덕분일까? 사랑이 찾아왔고 화촉을 올리게 되었다. 지난해 12월 28일 대구경북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도로 곳곳이 마비되고 제설 작업으로 난리가 났다. 양가 집안에서도 걱정이 말이 아니었다. 예식장 또한 대구로 잡지 않고 신부 집이 있는 예천으로 예약을 해 놓은 상태였다.
이곳저곳에서 걱정의 소리가 들려오고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결혼식 날 새벽부터 신부, 신랑 화장이 잡혀 있었고, 신혼여행 짐을 꾸리느라 정신이 없어 날씨에는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결혼식이 있던 날 29일 아침 새하얀 눈이 도로 위에 소복이 쌓여 있었지만, 우리를 태운 차는 고속도로를 타고 예식장으로 향했다. 어제 내린 눈이 도로 양옆으로 흰 선을 그으며 쌓여 있을 뿐 전혀 우리의 나아감을 방해하지 못하였다.
결혼식을 마치고 그날 저녁 다시 기온이 내려가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내일 신혼여행을 떠나야 하는데 비행기가 날지 못하면 안 되는데, 다들 일기예보에 촉각이 곤두섰다. 금방 결혼식을 올린 우리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날씨에는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던 걸까? 아니면 당연한 믿음이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 눈이 내리는 첫날밤을 맞이하였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간밤에 눈이 오긴 왔나 보다. 하지만 따뜻한 햇살이 우리의 앞길을 다시 터 주었고 꿀 같은 신혼여행도 갔다 오게 되었다.
주변에서 '깨 공장'을 차린 거 아니냐고 지나가는 말을 건넨다. 깨소금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그런다. 이 냄새가 오래오래 풍기길 소망해 본다.
신극원(대구 북구 태전동)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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