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효과 살리고…학교서 게임 수업 고려해야
중학교 1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있다. 겨울방학이라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많고, 특히 매서운 한파에 어쩔 수 없이 집 안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더욱 늘었다. 그러면서 자기네들 방 안에서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 컴퓨터 게임이다. 흔히들 말하는 '게임 폐인' 수준은 아니지만 '중독'에 가까워 보인다.
나(아빠)는 장사를 하고, 아내(엄마)는 직장생활을 한다. 맞벌이 부모다. 장사는 늘 저녁 늦게 마치고, 아내도 요즘 야근이 잦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게임 중독을 관리하기 어렵다.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은 방 안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느라 아빠, 엄마가 들어왔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밖에서 비행을 저지르고, 또 이런저런 범죄 위험에 노출되는 것보다 집에서 얌전하게 게임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스에서도 곧잘 보듯 게임 중독이 청소년의 정신과 심리, 그리고 자아 형성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 우려가 크다.
일단 부모가 아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부분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당수 맞벌이 부모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시간상으로 제약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이가 한눈팔 수 없게 하루에 학원 여러 곳에 보낼 수도 없다. 그럴 돈도 없고, 실은 그런 식으로 아이를 '학대'해서는 안 된다.
하루는 아이에게 물어봤다. "게임을 왜 하니?" 아이는 다양한 이유를 들어 얘기했는데 요약해보면 "접속한 친구들과 만나 팀을 이뤄 괴물을 무찌르러 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름의 성취감을 얻고, 자기 캐릭터를 성장시킨단다. 옛날옛적에 우리 세대가 골목에서 편을 갈라 이런저런 놀이를 즐기던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엉뚱한 아이디어를 하나 소개한다. 학교에서 방학 때는 물론 평소 수업시간 중 일부를 할애해 교사의 지도로 아이들이 게임을 즐기게 하는 것이다. 요즘 게임은 아이들이 팀을 이뤄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흥미'를 녹여 넣어 협동심과 배려심을 키워줄 수 있다. 교과서식의 지루하고 딱딱한 협동심 교육보다 낫지 않을까?
뉴스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듯 게임의 폐해는 분명히 많다. 하지만, 게임에는 핵가족 시대에 외롭게 크는 아이들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긍정적인 부분도 들어 있다. 이런 부분은 교육 당국에서 잘 발굴해서 신세대 청소년 교육의 힌트로 삼자.
익명 요구 독자
▶게임 선정성'자극성 줄이고 중독 캠페인 확대 필요
게임을 왜 할까?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게임에 왜 중독될까? 게임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재미없는 게임은 하라고 해도 안 한다. 재미가 조금 깃들어 있지만 심심하고 지루한 게임은 몇 번 하다가 만다. 겉으로 보기에 심심하고 지루해 보이는 바둑이나 체스는 인류 문명이 나타난 이후 최고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게임이다. 상대의 '말'을 하나씩 없애고, 영토를 빼앗는 살육과 전쟁의 선정성과 자극성을 녹여 넣었다. 그러다 보니 기원이나 사이버 바둑판에서 밤을 지새우는 어른들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요즘 청소년들이 즐기는 컴퓨터 및 스마트폰 게임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은 게임이 많다.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청소년 이용가 게임은 그 수가 많지도 않고, 내용이 유치해서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나 즐긴단다. 결국,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과 중'고등학생들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 게임을 주로 찾는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개인정보 도용 문제도 발생한다. 이용불가 게임을 하려고 청소년들은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회원 가입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부모는 알아채기 어렵다. 부모가 같은 게임을 하기 위해 회원 가입을 하려다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됐다는 사실을 알아내지 않는 이상, 알 수도 없고, 실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결국,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게임이 판치는 상황에 청소년의 게임 중독은 막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 까닭에 게임에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 딱지를 붙이는 것은 미봉책이다. 그렇다고 외화벌이에 앞장선다며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게임 제작사들을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결론은 이렇다. 게임 중독은 도저히 퇴치할 수 없는 문제다. 다 큰 어른도 바둑이며 장기며 화투에 빠진다. 청소년이라고 다를까?
다만, 문제를 완화하고, 줄일 수는 있다. 게임업계와 교육 당국 차원에서 게임의 선정성과 자극성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예방하고 또 치유하는 캠페인과 시설을 더욱 확충하면 좋을 것 같다.
한동건(경북 구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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