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노조 하면 1980년대의 폴란드가 떠오른다. 노조 운동을 주도한 바웬사는 노벨평화상을 받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자유노조 이전의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의 노동조합은 대부분 국가의 통제를 받았다.
그런데 바웬사가 주도한 파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합법적인 자유노조가 처음 등장했고, 결국 자유노조가 민주화 바람을 일으키며 동유럽 공산 체제 붕괴의 서막을 연 것이다. 그러나 바웬사는 경제개혁의 부작용으로 대통령 연임에 실패했다. 이후 자유노조도 내부 분열과 국민들의 지지 상실 등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고 말았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 처음으로 자유노조가 생긴다. 아이폰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기업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120만 중국인 근로자들이 사상 최초로 무기명 직접투표로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공회) 간부들을 뽑기로 한 것이다.
중국 노조는 그동안 기업 경영진과 지방정부의 관리, 통제 아래 있었다. 그런데 폭스콘의 경우 납품 회사인 미국의 애플과 공정노동협회가 주도하고 있어 사정이 다른 모양이다. 이전과는 달리 대표성을 확보한 독립적이고도 강력한 모습의 자유노조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체제가 직면하게 될 정치 민주화 요구와도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1980년대 말 폴란드 등 동유럽의 자유노조처럼 노동자들의 인권 의식을 높여 결국 정치체제의 변화까지 몰고 올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로서는 장기적으로 자유노조가 가져올 정치적 파장을 경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세기의 대표적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인 에릭 홉스봄이 최근 타계했다. 1936년 영국 공산당에 입당한 이래 줄곧 사회주의자로 살아온 그는 시대에 뒤진 공산주의자를 고집한 이유를 '자존심' 때문이라고 했다.
한때 공산주의자였다가 반공주의자로 돌아선 무리와 한 패가 된다는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났다는 것이다. 그런 에릭 홉스봄도 비타협적 강경 노조를 비판했고, 현실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운동권을 공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폴란드 노조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귀족 노조' '철밥통 노조' '과격 노조' '깽판 노조'라는 수사까지 횡행하는 한국 사회의 노조 현실을 돌이켜볼 때, 이제 걸음마 단계인 중국 자유노조의 갈 길은 멀고도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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