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학에서 중요한 것은 음기와 양기를 잘 선택하는 일이다. 하나는 물을 알맞게 머금고 있는 흙을 찾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지상으로 부는 바람 중에서 알맞은 양(量)의 양기(陽氣)를 취할 수 있는 위치를 선택하는 일이다. 음양은 서로 작용하여 생명을 탄생시킨다. 땅에서 발생하는 기운을 지기(地氣)라 한다. 지기가 모이는 곳이 명혈(明穴)이요, 명당(明堂)이다.
하지만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산형(山形), 산세(山勢), 지형(地形)으로써 살풍(殺風)과 길풍(吉風)을 판별하는 수밖에 없다. 주변이 허(虛)하고 막힌 곳이 없다면 바람을 차단해주는 방법을 써야 한다. 바람은 지기를 흩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명당은 바람을 잘 간직하여 지기가 모여 있는 곳이라 하겠다. 지기가 모이고 바람이 잘 간직되려면, 흙과 물이 알맞게 배합돼야 한다.
혈(穴) 자리를 보는 방법은 다양하기 마련이다. 그 중 계절 따라 보는 법을 정리해 보자. 봄에는 아지랑이가 많이 피어나는 곳, 따뜻하게 보이면서 집중적으로 가물거리는 곳을 응시해 볼 일이다. 어딘가가 안정감이 있고, 훈훈한 기운이 맴돌고 있는 장소라면 생기가 모였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늦은 봄과 여름에는 안개가 끼었다가 가장 늦게 흩어지는 자리이며, 만약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지 않을 곳인데도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곳이라면 곡식을 심는 곳으로는 좋을지 모르지만 묘지로는 적지가 아니라고 보면 된다.
참소나무가 연녹색을 띠고 있고, 나무들이 마치 귀한 분을 가운데 두고 사람들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쳐다보는 형상을 하고 있는 자리가 좋은 '혈' 자리라 할 수 있다. 가을에는 낙엽이 명윤(明潤)하게 물들면서 늦게 떨어지는 곳이 좋다. 또한 주변 지역에서 서릿발이 먼저 소멸되는 이런 곳은 훈훈한 기운이 땅에서 솟아나는 곳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곳은 수맥이 지나가는 자리일 수도 있으니 이점만 고려하면 대개 좋은 곳으로 볼 수 있다.
겨울에는 눈이 가장 빨리 녹는 곳인데, 이런 곳도 수맥이 있어서 소멸되는 경우가 있다. 눈이 왔을 때 눈 속에서도 노루나 꿩, 토끼 등 산짐승들이 놀고 있는 곳은 땅에서 훈훈한 생기가 솟아나는 곳으로 좋은 명당자리라 할 수 있다. 땅에는 공기(空氣), 수기(水氣), 양광(陽光) 등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풍수지리설은 통계가 없어 비과학적이라 하는 이도 있지만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살아오면서 깨달은 땅의 이치와 사람과 땅과의 관계를 규명한 경험과학이자 생활철학인 것이다.
진대수(풍수가·수필가(jds36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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