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연하 남편의 폭력, 결혼생활 자신감 없어져

저는 30대 초반이며 교육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사업을 하는 남편은 고졸이며 서너 살 연하입니다. 저희는 만난 지 수십일 만에 동거에 들어가 이미 혼인신고를 했고 곧 결혼식을 올릴 예정입니다. 같이 지낸 지 2년차이지만 지금 몹시 힘이 듭니다. 남편의 다혈질적 성격과 언어 및 신체 폭력 때문입니다. 남편은 늘 트집을 잡고, 자기 말에 동조하지 않으면 윽박지르고, 공격하여 자존심 상하는 언행을 마구 하는 편입니다. 밖에서도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자기 말에 대응이라도 하면, 저에게 '어리석은 여자'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하는 여자' '여자로서 매력도 없는 여자'라며 다른 여성을 만나는 자신의 행동에 당위성을 주장합니다. 남편으로 인해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고 후유증으로 대인관계에도 위축되어 일상생활도 너무나 힘이 듭니다. 후회되는 이 결혼생활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해야 하나요?

누구에게나 신혼생활은 이상적인 배우자상에 대해 행복한 감정만을 기대하는 시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귀하는 서두른 결혼으로 인해 기대했던 만큼의 신혼기의 생활이 아니어서 무척 힘이 드실 것입니다. 과거 조상들이 지켜온 '약혼기간'은 결혼 성사라는 과정에서 마지막 출구 같은 역할을 했지요.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서 톨게이트에 도달해 빠져나가기 전의 '회차로' 같은 기능이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이 사람이 정말 평생 함께할 '그 사람'인지를 재선택 하는 마지막 기회인 게지요.

귀하께서는 형편상, 이미 법적 부부로서 때늦은 후회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결혼생활에서 부정적 결정을 하기 전에 긍정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를 권합니다, 지금까지 '부부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 노력을 못해보셨다면 '부부화해와 문제해결'에 나서는 것입니다.

부부간의 갈등은 상호작용의 결과이므로, 어느 일방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물론, 귀하의 남편처럼 아내를 무시하고 좌절을 주는 폭력적 언행은 부부관계를 해치는 데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보이며 어떤 이유에서든 마땅히 중단돼야 합니다.

그러나 아내도 남편의 변화를 도울 수 있는 결혼생활의 지혜를 공부하시는 게 필요합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그 사람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남편 입장에선, 자신보다 더 높은 학력과 서너 살 많은 아내를 사랑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만약, 남편께서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의 소유자라면, '아내를 힘으로 통제'하거나 '무시'하여 아내가 자신보다 유능하다는 생각을 차단함으로써, 남편 존재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미성숙된 그만의 왜곡된 '사랑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남편도 귀하와의 결혼생활에서 마음이 아팠을 수 있으며 남편의 이러한 아픔을 귀하가 발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가 당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 이유가 되는 것들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당신에게 원하는 '그의 기대'를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것을 하나씩 되돌려 주는 것으로 다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남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를 위해 우선, 남편의 '좋은 점'과 '바꿀 점' 10가지를 적고 그에 따른 당신의 행복, 불행감 점수를 주세요. 같은 방법으로 귀하의 좋은 점, 바꿀 점과 남편이 받을 행복감, 불행감 점수도 적어봅니다. 이 작업으로 인해, 당신이 남편과 불행했던 만큼, 남편도 당신으로 인해 불행했을 수 있다는 것을 '통찰'(insight)하고 용서의 전환점을 갖길 기대합니다.

그가 먼저 변화하면 그렇게 하겠다고요? 저를 먼저 만난 당신부터 시도하여 보세요. 그 후, 그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세요. 단, 그의 손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겸손하고 사랑이 깃든 목소리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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