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가이드] 콜롬비아 이민의 교훈 "돈없어도 삶은 풍요로울 수 있다"

TBC '좌충우돌 이재선 가족의 콜롬비아 적응기' 9일 오전 1시

TBC 설 특집 '좌충우돌 이재선 가족의 콜롬비아 적응기' 9일 오전 1시에 방송된다.

커피를 좋아하는 서른 일곱 살의 가장 이재선 씨가 제대로 된 커피 한잔 마셔 보자며 아들, 딸, 아내까지 데리고 훌쩍 콜롬비아 커피 마을로 떠났다. 연극 전공을 살린 바디 랭귀지가 유일한 언어에 비행기 값과 몇 달치 생활비, 그리고 건강한 몸이 재산의 전부였던 출발이었다.

이들이 자리를 잡은 것은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의 작은 커피마을 부에나비스타. 도착 첫날부터 남의 집 더부살이 신세에, 커피 농장에서 일하는 근육질의 남미 커피 농부들과 체력'기싸움을 벌이면서 연일 기진맥진한 하루하루였다. 작아도 깔끔한 아파트에서만 살아왔던 아내 안정희 씨는 방안에서도 텐트를 쳐야 할 만큼 벌레천국인 시골마을이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신이 났다. 한국에선 그저 평범한 초등 2학년이었는데 교과서조차 없는 부에나비스타 학교에 가자 단번에 5학년으로 월반하게 된 '벼락 신동' 큰 딸 소영이. 또 취미가 축구에 특기도 축구, 장래희망이 축구 선수였던 막내 정호는 축구의 나라 남미가 누구보다 체질에 잘 맞다.

음식이 맞지 않아 배를 곯고, 응급실을 찾는 등 그야말로 온 식구가 피땀 흘린 몇 달이 지나자 얼마나 버티나 두고 보자던 식의 커피 농장 인부들도 서서히 낯선 이방인을 동료로 받아들이게 됐다. 느끼한 음식이라면 질색을 하던 정희 씨도 농장에서 주는 식용유 뿌린 밥에 버터 듬뿍 바른 바나나를 넙죽넙죽 받아먹고, 전등조차 없어 낮시간에만 공부하는 학교에선 악기강습이며 축구 레슨도 무료로 받는다.

은행 한 번 가지 않고도 누구보다 풍요롭게 사는 마을 사람들. 적금 통장에 노후 연금까지 넣으면서도 늘 내일을 불안하게 여기며 가난하게 살았던 이재선 씨 가족에게 콜롬비아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을 가르쳐 주고 있다. 떠나지 않았다면 몰랐을 또 다른 인생과 행복이 거기에 있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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