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내 안건형 군이 이야기할 때 전수진 코치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가끔은 '어느새 이만큼 컸나?'라는 표정도 지어 보였다. 전 코치는 건형 군이 누나의 손에 이끌려 우방랜드 아이스링크에 왔을 때 여름방학 특강을 담당했던 강사로 유치원생이던 그때부터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지금까지 건형 군의 성장을 지켜봐 왔다. 자그마한 발에 스케이트를 신기고 걸음마를 가르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안건형이라는 피겨 선수를 기억하게 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히는 제자를 보며 뿌듯함이 든 모양이었다.
전 코치에게 건형 군은 제자이기에 앞서 자식 같은 존재다. 실제로 건형 군은 전 코치의 아들 친구이기도 하다. 7년을 영하 5℃까지 떨어지는 아이스링크서 정을 데웠으니 그 애정의 열기가 여느 사제지간의 정을 넘는 듯했다.
전 코치는 "재능만으로는 뛰어난 피겨 선수가 되지 못하는 데 건형이는 끼가 있고 흥이 있어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다"며 엄마처럼 용기를 북돋우다가도 어느새 "몸의 유연성을 더 갖춰야 한다, 표현력이 부족하다"며 냉철한 지적을 서슴지 않는 코치로서의 임무도 잊지 않았다.
건형 군도 평소 잔소리처럼 들어왔던 전 코치의 수많은 지적을 이날은 곰곰이 되뇌며 가슴에 새겼다. 건형 군은 "링크에서는 코치님의 입에서 또 무슨 말이 나올까 겁이 났는데, 오늘은 그동안 듣기 싫었던 말들이 힘이 된다"고 말했다.
잘 뛰고 싶은데, 잘 안 돼 속상해하는 제자, 그를 보고도 늘 채찍을 가해야 하는 지도자. 그런 운명적 굴레에서 오는 팽팽한 긴장감과 '갑'과 '을'의 관계는 이날 서로 속마음을 내보이면서 링크의 차가운 기운을 훈훈하게 데웠다.
얼마 뒤면 중학생이 되는 건형 군. 전 코치는 짧은 피겨 선수생명을 생각하면 자꾸 마음이 조급해진다. C조인 건형이가 올해 B조까지 급수를 올리는 건 별 무리가 없겠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했다.
하지만 유망주라는 수식어에 담긴 무한한 기대감. 전 코치는 앞에서 끌고, 건형 군은 그런 전 코치를 믿고 미끄러운 얼음판을 헤쳐나가고 있었다. 최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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