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여중 등에 근무하다 퇴직한 전직 국어교사인 이기흥(64) 씨가 중국의 유명한 소설가 쉬후이의 역사서를 한국어판으로 출간해 화제다.
'난세기담 30'(쉬후이 지음, 이기흥 옮김, 미다스북스 펴냄)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이 책은'악'(惡)을 통해 사람과 사회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책이다. 악명 높은 인물군을 소개해 거꾸로 선을 대비시킨 착상이 돋보이는 책이다. 중국 5천 년 역사 속에 악인 30명을 건져내 요즘 사회에 비춰 보이는 구성이 독특하다.
책에 등장하는 악인 30명은 모두 자신의 영달과 안위를 위해 선보다는 악을 택했던 인물들이다. 물론 역사서나 기록에 등장해, 후세로부터 악인으로 낙인된 공통점을 갖는다. 황제에게 잘 보이려 친아들을 쪄서 요리로 바친 끝에 권력을 얻은 제나라 환공의 궁중요리사 역아, 그저 태아의 성이 궁금하다는 이유로 임신부의 배를 가른 제나라 황제 소보권, 당나라 측천무후 시대 고문으로 수천 명을 죽인 최초의 고문 관련 서적 '나직경'의 저자 삭원례 등. 하지만 어지러운 난세에 악인으로 둔갑한 반전의 인물도 적지않다. 공주와의 간통죄로 사형당했다는 기록과 달리 그저 권력 다툼의 희생양에 불과했던 '대당서역기'의 필사자 변기, 고려인 공녀 출신이면서 고국 고려를 침략해 욕을 먹었던 원나라 마지막 황후 기황후의 가슴 아픈 사례들은 '악인'에 대한 평가가 온당한 것인지 되묻게 한다.
저자는 결국 선인과 악인의 구분은 '개인이 하기 나름'이라는 주장을 책 곳곳에 비친다. '역사가조차 때로는 실수하고 만다'는 주장은 그래서 눈 시퍼렇게 뜨고 잘못된 역사를 가려내야 한다는 역설로 모아진다. 저자 이기흥 씨는 "학생들에게 역사 속 인물들을 소개하는 것에 흥미를 느껴 번역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 책은 한자 수 24만 자, 원고지 1천900매, 번역 기간 2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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