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세·관리비도 못낼 지경"…'파리 날리는' 대구스타디움몰

'동성로급 유동인구' 광고, 3년전 믿고 투자했다 한숨

대구스타디움몰 상인들이 월세와 관리비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인들은 사업 시작 당시 운영업체인 칼라스퀘어가 약속했던 유동인구와 매출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분노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스타디움몰 상인들이 월세와 관리비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인들은 사업 시작 당시 운영업체인 칼라스퀘어가 약속했던 유동인구와 매출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분노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믿고 투자했는데 월세와 관리비도 못 내고 있어요."

대구스타디움몰 상인들이 한숨짓고 있다. 적자 경영으로 월세와 관리비를 내지 못하는 가게가 80%에 달할 정도로 상인들이 고통받고 있다.

◆위약금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는 상인들=스타디움몰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5) 씨는 요즘 버티기가 힘들다. 서울에 거주하던 김 씨는 2010년 스타디움몰 분양 광고를 보고 이곳에 가게를 열기로 결심했다. 그는 '엄청난 유동인구에 동성로 수준의 상권을 자신한다'는 분양업체의 설명에다 경쟁이 치열한 서울보다는 대구에서 가게를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김 씨는 "유동인구나 상권분석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했다"며 "특히 대구시가 추진하는 민자사업이라는 부분이 가장 믿음직스러웠기 때문에 큰돈을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게를 열고 1년 반이 지난 지금 김 씨는 후회하고 있다. 115.5㎡(35평) 규모의 가게는 보증금 7천500만원을 내고 월세 500만원, 관리비 150만~170만원을 내야 한다. 한 달에 적어도 600만~700만원을 스타디움몰 쪽에 지불해야 하지만 매출은 월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매출에서 인건비, 재료비 등을 빼고 나면 오히려 적자인 셈.

김 씨는 관리비와 월세를 몇 달째 못 내고 있다. "최소 월세와 관리비의 2배 정도는 매상이 나와야 운영이 가능한데 이건 뭐 빚만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속에서 열이 솟구칩니다. 장사가 안되면 월세를 낮추든지 해결을 해야 하는데 업체 쪽은 관리비를 내지 않으면 전기를 끊겠다는 협박만 하고 있으니 원."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은 김 씨뿐만이 아니다. 130여 개 매장 중 80% 이상이 월세나 관리비를 체납하고 있다. 상인들은 2년, 3년, 5년의 임대계약을 맺고 상가에 들어왔는데 계약을 파기하고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계약조건에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갈 경우 6개월치의 월세와 관리비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 주체는 상인들 탓만

분양 당시 대구스타디움몰 운영 주체인 칼라스퀘어는 연간 유동인구 500만 명을 상권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시내면세점 입점과 대형키즈카페, 멀티플렉스 영화관, 대형마트 등 손님을 끌 만한 매장 구성으로 사업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내면세점과 대형키즈카페는 아예 들어서지 않았고, 영화관과 대형마트도 축소됐다.

여기에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의 유동인구를 자신했던 사업자의 주장과 달리 하루에 손님은 3천여 명에 불과했고 대형마트가 의무휴업하는 둘째, 넷째 일요일에는 더 썰렁하다.

이에 대해 운영업체와 대구시 측은 상인들이 월세와 관리비를 내지 않아 쇼핑몰 운영이 어려워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상인들이 관리비를 내지 않아 쇼핑몰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며 "관리비로 홍보를 강화하거나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 상인은 "운영 주체가 건설사에 공사대금조차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보증금의 행방도 묘연하다"며 "사기성 홍보로 입점업체를 모으고서는 모든 것을 상인 탓으로 돌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몇몇 상인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매장을 철수시키고 있다. 가장 먼저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가 자리를 비웠고, 빵집 프랜차이즈를 하던 이모 씨도 손해를 보고 가게를 뺐다.

이 씨는 "이 곳에 들어와서 빚만 3억원 졌고 정신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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