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정월 초하루를 '설날'이라고 부르는 연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먼저 '설다' '낯설다'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인데 묵은해를 보내고 맞는 새해의 첫날이라는 점에서 낯선 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사리다' '삼가다'에서 온 말이라는 견해도 있는데 이는 설이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한 해를 시작한다는 의미다. 옛 사람들이 설을 '신일'(愼日)이라며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여긴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시작하는 날이라는 뜻의 '선날'에서 기원했다는 주장도 있다. '선무당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선'은 서툴고 미숙하다는 뜻이다. 처음이기에 생소하고 서툰 새해 첫날이라는 의미의 선날이 연음화돼 설날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어디서 유래했든 설은 처음 맞는 날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무엇이든 바뀔 경우 낯설고 조심스럽기에 마음가짐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설날은 집 밖 멀리 나서기보다 경건히 차례를 올리고 가족'친지가 음식을 나누며 윷놀이, 제기차기 등 놀이로 화목을 다지면서 대보름 축제로 정초를 마무리하는 게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이다.
반면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는 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으며 새로 시작되는 해를 경축하는 명절이다. 특별한 음식과 함께 서로 복을 비는 것은 다를 바 없다. '福'(복}자를 쓴 종이를 집안 곳곳에 거꾸로 붙이는 풍습이 있는데 '복이 오다'의 到福(다오푸)이 '복을 뒤집다'는 倒福(다오푸)과 발음이 같아 거꾸로 붙인 '福' 자로 복이 들어오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다만 우리와 다른 풍습은 귀신과 액을 쫓고 풍년을 기원하며 터뜨리는 폭죽놀이다. 삼가 근신하며 정초를 시작하는 우리와 달리 중국인들은 요란스럽게 폭죽을 터뜨리며 새해를 맞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심각한 스모그 때문에 고민하는 중국에서 춘제의 상징인 폭죽놀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춘제 때 폭죽놀이로 인해 중국 전역에서 무려 1천600여 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폭죽 연기가 대기오염을 가중시킨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처럼 세시풍속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따져야 하는 중국에 비하면 모두의 복과 건강, 화목을 기원하며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는 설은 분명 특별한 명절이다. 설을 신일로 여긴 조상들의 깊은 사려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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