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8일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다시 국회의 인사청문회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 당선인이 현행 청문회가 능력보다는 '신상 털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인사청문회가 시스템화돼 신상에 대한 문제는 비공개 과정에서, 국회에서 정책'업무 능력만 검증하면 좋겠다"며 현행 청문회제도를 비판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 과정에서 박 당선인은 선진국의 인사청문회를 거론, "미국은 공개된 장소에서 정책 중심으로 (검증)하고, 사적 부문은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면서 진행하는 등 잘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인사청문회 과정을 살펴보자.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은 백악관의 후보자 지명단계와 상원의 인준과정 등 두 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미국 대통령은 공직 후보자를 결정하려면 먼저 백악관 인사실과 협의한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결정하면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정부윤리실(OGE) 조사를 토대로 대통령 법률 보좌관실이 검증을 총괄감독하는데 이 과정에서 해당 후보자는 재산공개서, 국가안보 지위를 위한 질문지, 백악관 인사진술서를 내야 한다. '허위 진술을 할 경우 연방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는 항목에도 서명해야 하고, 책임져야 한다.
정치권에서 박 당선인의 선진국 벤치마킹 언급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은 박 당선인과 그 주변부의 이런 후보자 지명 과정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 검증력이 느슨한데 제도 탓만 해서야 되겠느냐는 비판이다. 그래서 단순히 미국식 청문회 인사검증 시스템만 선진화돼 있다고 말해선 안 된다는 것으로 입법조사처는 "미국은 고위공직자 인준동의안을 상원으로 보내기 전에 철저한 사전검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 대통령은 인준동의안을 상원에 제출한다. 상원의 해당 공직 소관 상임위원회는 후보자 검증에 즉각 돌입한다. 상원의 위원회는 연방수사국이 실시한 조사와 보고서를 대통령의 허락 하에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위원회도 자체적으로 해당 후보자에 대한 정보수집과 검증 작업에 나선다. 특히 위원회 자체의 재산공개서와 배경조사서도 후보자에게 작성하도록 요구한다.
그 이후 과정은 우리나라와 대략 비슷하다. 미국 청문회는 위원회 의결을 통해 비공개하기로 하지 않는 한 국민에게 공개된다. 우리나라는 공중파나 케이블을 통해 이를 시청할 수 있다.
미국 인사청문회가 도덕성보다는 정책이나 이념에 대해 따져 묻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사전 검증과정에서 대부분 걸러지기 때문이다.
그 예를 들여다보자.
1976년 카터 정부에서는 데어도어 소렌스 CIA 국장 내정자가 한국전 당시 군 복무를 꺼렸다는 이유로 지명 철회됐다.
1989년 존 타워 국방장관 후보는 술과 여자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관련 범죄가 없었음에도 상원으로부터 인준을 거부당했다. 술과 여자 문제로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도 도덕성을 문제 삼아 인준을 부결시킨 것이다.
1993년 클린턴 정부에서 조 베어드 법무장관 내정자는 불법이민자를 가정부로 고용한 이유로 지명철회됐다.
2008년 미국 상원의 민주당 원내총무를 지낸 톰 대슐은 오바마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됐지만 2005년부터 3년간 운전기사를 고용하면서 세금신고를 안 한 사실이 밝혀져 자진해서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사전검증 당시 후보자 이웃의 평판까지 듣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인사청문회를 정책과 능력 위주의 검증으로 시스템화하려면 후보자로 결정되기까지 얼마나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지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