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첫 수확 앞뒀지만 순수익 뚝…일손 잡히지 않아"…경주 토마토 재배농 최병호씨

경주시 현곡면 오류리에서 토마토 농장을 경영하는 최병호(58) 씨가 토마토를 수확하며
경주시 현곡면 오류리에서 토마토 농장을 경영하는 최병호(58) 씨가 토마토를 수확하며 '대기업의 토마토 생산 참여'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7일 오전 경주시 현곡면 오류리 최병호(58) 씨의 토마토 농장. 경주 오류리의 너른 들판에 10여 동의 토마토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하우스 뒤편으로 최 씨의 가정집이 보이고 앞쪽이 토마토 농장이다. 갑자기 떨어진 영하의 날씨로 하우스 밖은 하얀 입김을 연신 뿜어내야 했지만 하우스 안의 온도는 영상 9℃를 가리키고 있었다.

농장주인 최 씨는 "5, 6년 전까지 만해도 저기 마을 입구에서부터 이곳까지 12농가 100여 동의 비닐하우스로 장관을 이루었는데, 지금은 우리 농장이 유일하다"고 했다.

토마토 농사를 지어도 영농비가 나오지 않자 모두 농사를 포기하고 떠났다는 것이다. 최 씨의 농장에는 제법 붉은 토마토가 열려 수확을 앞두고 있었다. 최 씨는 지난 가을 육묘한 뒤 올해 첫 토마토를 수확을 앞둔 시기지만 일손을 놓고 있다.

최근 ㈜동부팜화옹이 대규모 유리온실을 설치하고 토마토 재배에 나섰다는 소식에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FTA와 WTO 등 차라리 외세에 의해 농민들이 어려워진다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수도 있지만, 믿었던 정부가 지원을 해 그것도 농약 등 농자재를 팔아 재벌이 된 동부그룹이 토마토 재배를 시작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는 전체 농민에 대한 배신행위입니다."

동부그룹 산하 ㈜동부팜화옹은 최근 경기도 화성시 화옹지구 간척지 15㏊에 국비와 지방비 등(87억원)을 포함해 589억원을 들여 대규모의 유리온실을 조성, 오는 5월부터 연간 5천t가량의 토마토를 출하할 계획을 밝혔다.

경주시 토마토작목반 연합회 회원 50여 명은 경북대표 자격으로 이달 5일 버스 편으로 세종시 농수산식품부 앞 집회에 참석, 동부그룹의 토마토 생산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경주시의 토마토 생산 규모는 96㏊에 연간 6천700t 이다. 안강읍과 나원리 내남면 양북면 등지에 토마토 생산단지를 이루고 있는데, 여기서 생산되는 규모가 경북 전체 생산량의 1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이 토마토 농업에 나설 경우 경주지역 영세농가는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토마토 농사는 육묘 정식 병충해 방제 등 재배관리를 거치면 대략 6개월 만에 수확을 한다. 현재 1천㎡에 8, 9t이 수확되는데, 1㎏당 2천원 안팎의 금액으로 출하된다. 시설하우스 농사에 종묘비와 무기질 비료, 농약, 광열비 동력비 수확기를 앞두고 척지제거 등을 실시하면 거의 대부분이 영농비에 들어간다. 그나마 수확시기의 인건비 관리비 등을 제하고 나면 자신의 인건비 빼먹기가 고작이라는 계산이다.

이태현 경주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최근 떨어진 기온으로 가뜩이나 시설하우스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기업 자본으로 밀어붙이면 농민들이 설자리를 잃는다"면서 "농민들이 걱정하고 시위하는 목적은 수출이 되지 않으면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리지 않겠느냐는 것인데, 동부팜화옹은 애초 계획대로 생산목적을 수출로 한정하는 것이 농민이 살 길이며 농민들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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