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잡지 '모디'의 편집장을 일 년 정도 하게 되니 근래에는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이제 책 내는 데에는 도사잖아", "잡지 전문으로 하시는데…" 도사, 전문, 노하우…. 진짜 잡지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들으시면, 큰일 날 소리들이죠. 물론 그간 매달 잡지를 내면서 노하우 비슷한 것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매달 생기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들을 아셨다면, 여전히 과분한 말씀입니다.
잘한다,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자연스레 더욱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하는 일을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처럼 해내고 싶다는 생각도 점차 들기 시작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대학생 신분인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맡은 일과 영역에서는 프로 같은 친구들이 꽤 많습니다. 어엿한 직장을 가진 친구도 있고, 자신만의 사업을 하는 친구도 있죠.
작년 여름쯤에 어느 케이블 방송사에서 섭외 문의가 들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전화하는 작가 언니의 목소리가 꽤 젊다 생각했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와 같은 나이의 또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뒤 방송국에서 만난 친구는, 섭외에서 대본 구성까지 그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핵심이었습니다. 같은 또래의 친구가 어엿한 하나의 일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과연 그런 책임감과 의지를 갖추고 저런 일을 할 수 있을까'란 질문이 들더군요.
매번 잡지를 내면서 아쉬웠던 부분들에 대해 생각해보면, 항상 말미에는 나는 과연 지금 하는 이 일에 책임감과 의지를 갖추고 임하는지 묻는 것으로 끝나곤 했습니다. 이런 아쉬움들의 근원은 이제 내가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로서의 책임감을 요구받는다는 사실에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칭찬, 그리고 이제는 더 잘하고 싶은 욕심. 이 모든 것을 충족하고 싶다면, 필요한 것은 바로 '프로정신'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이 '진짜 프로'가 될 수 있을까요?
'아마추어'(amateur)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일을 사랑할 수 있다면, 아마추어의 자격이 있는 셈입니다. 반면 '프로'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의 준말로, 어떤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어떤 일을 밥벌이로 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미 단어 뜻에서 대학생이 프로가 되는 것에는 딜레마가 존재했던 겁니다. 대학생이란 존재, 적어도 대학생이 되고자 대학에 온 사람들은 그들의 주된 일이 학업이지, 다른 것은 부차적인 까닭입니다. 학업과 다른 것을 병행해 가면서, 자기가 부가적으로 하는 일을 전문가처럼 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과분했던 셈입니다. 물론 프로 흉내를 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혹은 프로처럼 일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프로가 될 수는 없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무엇이냐. 2년 전쯤 어느 수업에서 들었던 교수님의 말씀이 불현듯 생각났습니다. "남다른 성공을 하고 싶나? 그렇다면, 학교를 떠나라." 어떻게 해석하면 위험하고 어떻게 보면 너무나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그 수업에서 교수님의 요지는 그것이었습니다. '자기만의 길을 찾겠다는, 자신만의 일을 하겠다는 간절함과 의지만 있다면 학교를 나가서도 성공할 수 있다. 자신의 커리어를 지금부터 쌓고 싶다면, 오히려 학교 밖을 나가라.'
물론 대학 과정을 이수해야만 얻을 수 있는 직업도 있죠. 하지만, 그 모든 배경을 떠나서 프로가 되고자 한다면, 자신을 그 프로의 자리로 먼저 옮겨야 합니다. 간절함과 의지가 이끄는 자리로 말입니다. 아직은 전 아마추어로 남아 있습니다. '프로가 되고픈 아마추어'로 말입니다. 대학생은 프로가 될 수 없지만, 마음껏 아마추어일 수 있는 소중한 시기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곧 저도 제자리로 나아갈 날이 오겠죠.
대구경북 대학생문화잡지 '모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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