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만큼 극성스러운 민족은 없는 것 같다. 우리의 설날에 해당하는 춘절(春節)을 위해 1년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것이 그네들이다. 춘절이 다가오면 역, 공항, 버스 터미널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몸을 움직일 공간조차 없을 정도로 붐빈다. 거대한 '사람의 물결'이라고 할까. 다시 볼 수 없는 장관이기도 하지만, 끔찍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10여 년 전 춘절을 앞두고 중국에서 기차를 탄 적이 있는데, 기차 안은 사람들로 미어터질 지경이었다. 객실 복도는 물론이고 객차 연결부까지 승객들이 포개고 겹쳐 앉아 있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기차에 탈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냄비와 이불까지 갖고 있는 승객들도 꽤 있었다. 남쪽에서 고향인 북쪽까지 가려면 기차 안에서 2, 3일을 보내야 하니 가재도구를 갖고 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게 좁고 막힌 공간 안에서도 그네들은 웃고 떠들었다. 누군가 복도를 지나려면 수십 명이 몸을 움직여 비켜줘야 하는데도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즐거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고생스럽더라도 자기가 나고 자랐고, 친인척이 있는 곳을 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했다. 요즘 중국도 많이 변했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고향 가는 길이 너무 고생스럽고 돈도 많이 들어 잘 가지 않는다고 한다. 세태가 각박해진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도 마찬가지다.
구정을 명절로 보내는 곳은 한국과 중국뿐이다. 같은 중국 문화권인 일본과 북한은 양력 1월 1일을 명절로 보내고 있으니 우리와는 다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동안 이동하는 인구는 2천900만 명이라고 한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향을 찾거나 친인척과 함께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명절날 고향 가는 길은 정말 멀고도 험했다.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거나 고속도로가 막힐까 봐 한밤중에 출발하는 게 예사였다. 도로가 정체되고 기다림에 지쳐가도 마음만은 언제나 즐거웠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서는 도로와 교통편이 훨씬 편해졌지만,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나 친인척에 대한 반가움은 훨씬 엷어진 것 같다. 수도권에 인구 절반 이상이 몰려 사니 20, 30년 후면 민족 대이동이라는 말조차 없어질지 모른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더라도 설날을 보내는 즐거움만은 잃어버릴 수 없지 않겠는가. 매일이 설날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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