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돌이키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시도한 일입니다."
사실 수성고등학교에 대한 평판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학력이 높다는 수성구에 위치해 있지만 인근 사립고들의 위세에 밀려 학교 선호도가 높지 않다. 학생들은 학교 생활에 만족도가 떨어지고 교사들은 그런 학생들을 다독이며 끌고 가야 하니 모두 힘들 수밖에 없고, 그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학교 자체가 활력을 잃은 것. 자연히 우수한 중학생들이 수성고 진학을 기피하게 된 것이다.
수성고 김갑상 교장은 이런 굴레를 벗어버리기 위해 학교 경영 컨설팅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작년 신입생 예비 소집 때 모인 아이들에게 '수성고에 오니 좋죠?'라고 물으니 다들 꿀먹은 벙어리였어요. 표정도 좋지 않았고요. 어느 정도 문제점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죠."
김 교장의 가장 큰 고민은 학생들의 생활 지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와 학생들의 자존감을 향상시키는것. 교육열로 유명한 수성구에 있다 보니 수성고 학부모들 역시 교육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경제적 격차가 크고 이에 따라 학생들의 수준 차도 많이 나 수업 분위기를 제대로 만드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학교 생활에 별 관심이 없는 학생들을 다루는 것도 문제였다.
"솔직히 우리 학교는 수성구 안의 '독도'예요. 교통이 편한 편이 아닌 데다 학부모의 경제적 수준도 수성구 다른 지역보다 높지 않아요. 그래도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잖아요. 교육청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각종 지원을 해주는 자공고로 전환한 지 2년째로 접어들고 있으니 그에 걸맞게 변화된 모습도 보여줘야 하고요."
학교 경영 컨설팅을 받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학교의 치부를 외부 인력을 통해 드러내는 일이라 내부에서부터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 자칫 수면 아래 있던 갈등이 표면화돼 분란이 커질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김 교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교사들까지 설득, 지난해 10월부터 학교 경영 컨설팅을 받기에 이르렀다.
"저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는 등 무엇이 잘못됐는지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자는 것이죠. 이제 시작입니다.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어떤 대안을 선택할지 등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불편할 수 있음에도 기꺼이 뜻을 모아준 우리 학교 선생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채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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