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7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하빈면 하산리 낙동강 성주대교 2.5㎞ 상류 강변에서 발생한 골재 준설선 침몰사고(본지 8일 자 4면, 9일 자 1면 보도) 현장 취재를 하면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행태에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평소 낙동강 인접 지방자치단체가 강과 관련해 무엇을 하려면 사사건건 주인 행세를 하며 간섭을 해온 부산국토청이 유출 기름 방제작업은 지자체에 떠맡긴 채 현장에서 금세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는 부산국토청 대구사무소, 대구지방환경청, 수자원공사 관계자 등이 사고 경위와 기름 유출 정도 등을 파악하느라 분주했고, 칠곡군과 대구 달성군 관계자들은 유출 기름 방제작업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면서 왁자지껄했다.
이윽고, 부산국토청 대구사무소 하천관리과 노성규 계장이 "낙동강 보수원이 사고를 발견한 시간은 오후 2시,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선박에 잔존유는 없었으며 엔진 속에 들어 있던 윤활유 일부가 새어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을 정리하자, 유출 기름 방제작업에 동원된 칠곡'달성군 관계자를 제외하고 부산국토청을 비롯해 타 기관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날 낙동강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장갑 낀 손은 금방 뻣뻣하게 굳었고, 얼굴은 살을 에는 듯했다. 낙동강 관리'운영권자인 부산국토청 관계자가 사라지고 없는 상황에서 칠곡'달성군 관계자들만 반쯤 침몰해 비스듬히 기운 선박 위에서 오일펜스를 치고 흡착포를 뿌리느라 악전고투했다. 그 광경은 마치 궂은 날씨에 뼈 빠지게 일하는 소작농의 모습으로 오버랩됐다.
부산국토청은 국가하천인 낙동강과 관련해 예산 등 전권을 쥐고 있다. 지자체들은 낙동강을 끼고 있을 뿐, 아무런 권한이 없다. 낙동강 인접 지자체가 강과 연관된 어떤 행위를 하려고 하면 부산국토청의 간섭과 통제는 상상 이상이다. 주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 뒤처리같이 힘든 의무는 지자체에 예사로 떠넘겨 "달콤한 권리는 삼키고, 쓴 의무는 뱉는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부산국토청은 낙동강과 관련된 권한에 걸맞게 의무도 다해야 한다.
칠곡'이영욱기자 hell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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