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득 대비 소비 지출이 처음으로 60% 아래로 떨어졌다.
12일 금융투자업계와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 평균 소득 414만1천859원 가운데 소비 지출로 이어진 것은 246만7천121원으로 59.6%에 그쳤다. 소득 대비 소비 지출 비율이 60% 아래로 떨어진 것은 관련 통계가 나온 최근 10년 이래 처음이다. 소득 대비 소비 지출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4분기 61.2%로 하락한 뒤 조금씩 회복해 2010년 4분기 63.8%까지 올라갔지만 지난해 1분기 62.3%, 2분기 60.5%로 떨어지면서 3분기에는 60% 밑으로 추락했다.
지갑을 닫는 데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구분이 없었다. 저소득층인 1분위의 소득 대비 소비 지출은 지난해 2, 3분기 연속 100%를 밑돌았다. 그동안 1분위는 소득보다 소비 지출이 많아 지난해 1분기만 해도 비율이 107.5%를 보였지만 2분기 97.1%로 떨어진데 이어 3분기 93.8%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1분위의 소득 대비 소비 지출 비율이 2분기 연속 100%를 밑돈 것도 처음이다.
고소득층인 5분위의 소득 대비 소비 지출 비율도 2011년 4분기(48.5%)부터 작년 3분기(48.2%)까지 처음으로 4분기 연속 50% 아래에 머물렀다. 기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3분기부터 2009년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50%를 밑돈 것이 최장 기간이다.
더 큰 문제는 저축 때문에 소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낮은 소비자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소득 정체로 저축도 못 하고 소비를 줄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총저축률은 2011년 4분기 32.5%에서 지난해 1분기 31.3%, 2분기 31.2%, 3분기 30.1%로 하락 중이다. 또 작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2006년 이후 가장 낮았다.
올해도 가계부채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소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일본의 엔저 정책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어 자칫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로 2009년(0.3%) 이후 가장 낮았고 올해 성장률은 3% 안팎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 상황이 개선되고 경제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소비도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가계부채 등 구조적인 원인 때문에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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