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옹달샘 작은 도서관' 이나현 관장…열린공간 개척

"한 곳 모여 책 읽으면 다문화가정 편견 없어져요"

"다문화사회로 가는 길에 최대의 적은 우리나라 취약계층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주민과 정주민 아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독서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게 된다면 반(反)다문화주의가 발생할 소지는 없겠지요."

지난해 말 ㈜ODS다문화교육연구소 이나현(42) 대표는 대구시 서구 비산4동 상가에 다문화 교육과 지역 취약계층 아이들의 공부방이 될 '옹달샘 작은 도서관' 1호점을 열었다. 이 대표는 66㎡(20평) 규모에 3천500여 권의 장서를 갖춘 이 도서관을 이주민과 정주민이 이웃이 돼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열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구 서구엔 맞벌이 부부와 모자가정, 조손가정과 함께 이주노동자 및 다문화가정이 밀집해 있지만 이들 가정의 아이들이 놀며 공부할 곳이 넉넉하지 못한 형편입니다."

개관 한 달을 넘긴 현재 이용객은 하루 평균 10여 명. 이중 몇몇은 오전부터 와 점심을 거른 채 오후 늦게까지 독서를 하거나 놀이터 삼아 지내다가 귀가한다. 이를 보다 못한 이 대표가 자비를 털어 간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도서관엔 결혼이주여성 10명이 자원봉사자로 등록, 하루 3명이 번갈아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들은 비치된 11개국 원서 동화책을 모국어로 읽어줌으로써 다문화 이해에 일조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수혜자에서 교육자로 변신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를 통해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제3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다문화에 따른 가치관의 충돌을 하나둘씩 지워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작은 도서관에서 우즈베키스탄 전통 옷을 입은 한 결혼이주여성이 고국의 공예품을 갖고 만져보는 행사를 한 후 아이들에게 '가고 싶은 나라'를 물어본 결과, 이전의 미국 일색의 답변이 우즈베키스탄과 베트남 등으로 관심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제3국에 대한 시각이나 타 문화에 대한 인식이 확대됐다는 방증 아니겠어요."

작은 도서관은 매주 목요일 책놀이 수업과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활동을 지도하고 있지만 앞으로 가야 할 운영목표가 녹록지 않다. 작은 도서관은 유'아동과 청소년, 성인용 기술, 어학 서적 등을 기부할 사람을 구하고 있으며 동화구연과 서가 정리, 도서대출업무, 도서관 내 동아리 활동이나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재능기부자도 모집하고 있다.

"사회공헌사업을 꾸준히 계속하고 싶습니다. 작은 도서관이 활성화되면 폐교를 이용한 '세계문화체험장'도 운영하고 싶어요. 2020년이면 우리나라 아이들 10명 중 1명은 다문화 2세입니다. 따라서 다문화사회에 대한 편견과 반다문화주의의 불식은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나현 대표는 대구 중앙도서관과 영남대 사회교육원, 영진전문대 평생교육원 등에서 다문화가정 복지 상담사 과정을 운영해 왔고, 수년째 다문화가정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작은 도서관 개관에는 이 대표뿐 아니라 이 과정을 마친 동료 강사들과 결혼이주여성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후원이 한몫했다.

"편견은 어울림과 대화로 충분히 없어질 수 있다고 봐요. 다문화 2세들이 건강하게 자랄수록 우리나라의 좋은 인적 자원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의 070)7573-4094.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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