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용복의 지구촌 모험] (43)온두라스

하늘로 뻗은 32m 돌계단 마야문명 문자 고스란히…

온두라스는 북미에서 남미를 연결하는 과테말라, 벨리즈,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 7개 국가 중 니카라과 다음으로 중미에서 큰 영토를 가진 나라이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모두 접해 있어 아름다운 해안을 많이 가지고 있다. 16세기 콜럼버스가 처음 발견할 당시에도 험난한 바다를 건너야만 닿을 수 있는 땅이어서 나라 이름 또한 '깊다'는 뜻으로 지어졌다.

스페인 유물 세계서 가장 많이 남아

◆300여 년 스페인 식민지=19세기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에는 미국과 바나나 싸움에 휘말려 지금까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페인 식민지로 300여 년 동안 지배받는 바람에 스페인 식민시대의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수도 테구시갈파는 스페인의 유물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미술전, 음악회, 조각전 등이 거리거리마다 열려 볼거리가 아주 넘쳐난다.

인디오 마을로 들어서면 흙담집의 기와지붕이라든가 마당에 개를 키우는 모습까지 지형이나 분위기가 한국의 시골마을과 가깝다. 국민의 85%가 가톨릭 신자이지만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인 토착민들은 가톨릭에 토속신앙을 가미하여 그들만의 종교를 만들어 가고 있다. 중미의 나라 중에서도 문명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땅, 자연의 정취가 넘쳐나는 나라, 아주 오묘한 매력의 나라가 온두라스다.

온두라스는 산지라서 대다수의 집들이 산에 많이 지어져 있고 평지는 별로 없다. 해발 1,000m에 위치한 테구시갈파에는 고급주택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강을 사이에 두고 강 건너편의 인디오 마을을 보면 빈부의 격차가 두드러져 보인다. 최근 더욱 심각해진 경제난에 허리케인 피해까지 겹쳐 이곳의 생활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온두라스 사람들은 강을 사이에 두고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는 셈이다.

과테말라와의 국경지대에 있는 코판(Copan)은 온두라스가 자랑하는 마야의 고대 도시다. 앵무새가 시끄럽게 '올라'(안녕)를 외치는 매표소를 지나 대광장으로 들어서면 잔디가 촘촘히 깔린 광장 가운데 피라미드와 석상들이 솟아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는 달리 낮고 편안해 보이는 모양의 피라미드다.

◆마야문명 발상지=코판 유적지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거대한 계단이다. 32m 높이의 돌계단에 8세기 중엽 통치자의 일대기가 빼곡히 기록되어 있다. 마야 문명이 남긴 문자 자료 중 가장 긴 기록이라는데 그야말로 계단 자체가 역사책이다.

이 놀라운 석상과 건물이 오직 석기와 사람의 힘에 의존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코판의 석상에 새겨진 일련의 조각들을 보면 철기를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이처럼 훌륭한 조각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그만큼 조각은 정교하면서 섬세하다.

마야 문명은 최초로 0의 개념을 발견하고 천문학적 지식을 꽃피웠던 문명으로 과테말라와 벨리즈, 온두라스, 멕시코 남부 지역에 흔적이 남아있다. 이 중에서도 코판은 섬세한 조각상이 유명하다.

문명의 손길 거의 닿지 않은 땅

온두라스는 아직도 치안 문제가 아주 심각한 편이다. 시내 한복판에도 관공서나 큰 건물 앞에는 무장한 경찰들이 경비를 선다. '카리프나'라는 인디오 마을을 답사하려고 하자 경찰관부터 근처 주민에 이르기까지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린 것. 결국 카리프나로 들어갔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을 보고 '올라' 하고 먼저 인사를 하고 웃으며 다가가니 여느 인디오 마을처럼 순박함이 묻어난다. 마을 사람들과 손짓 발짓 얘기를 나눠보니 너무나 부드럽고 착하고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다.

이곳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이 뿌리를 내린 마을이다. 우물에서 여성들이 물을 긷는 모습도 보이고 오순도순 정겹게 살아가는 가족들의 모습이 여느 시골마을과 다를 바 없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낯선 풍경이 주는 새로운 변화, 그리고 여행에서 생길지 모를 위험 때문에 때로는 두려움도 생기지만 마음의 문을 열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다 보면 더욱 의미 있는 여행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도용복 오지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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