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만 바라보고 사는 해바라기야
아침에 떴다 저녁에 지는 해
동산에서 솟았다가 서산에 지는 해
목이 비탈리도록 바라봐도
숨이 칵칵 막히도록 쳐다봐도
언제 한번 너보고 말을 건넨 적이나 있니
언제 한번 고개 돌려 웃어준 적이나 있니
커다랗게 네 키를 키워준 것은
네 발밑의 입 다문 흙이다 땅이다
해만 바라보고 사는 해바라기야
-연변 교포 시인 시선집 『두만강 여울 소리』(문학과지성사. 1991)
얼마 전(2013년 1월 30일) 구글이 북한지역을 보여주는 지도를 출시했다. 그동안 맨 도화지 같던 곳에 산이 돋아나고 집이 생기고 강이 흘렀다. 백두산도 보이고 평양거리도 한눈에 들어온다.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나는 눈호강이 그만이다.
이 시는 해바라기 보고 흙을 잊지 말라고, 뿌리를 둔 땅을 잊지 말라고 달래고 있는 모습이다. 해바라기는 본인일 수도 있고 그 땅을 본 적 없는 세대일 수도 있다. 이 땅을 떠나서 뿌리 뽑힌 채 세계 곳곳을 떠도는 유민들, 그리고 나같이 북쪽 땅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여기 사람들, 북쪽에 살며 여기 땅을 못 밟아본 사람들 부지기수다.
해바라기는 꿈꾼다. '목이 비탈리도록', 눈이 멀도록 희망의 해만 바라기하고 있다. 해바라기는 여물면 더 이상 해를 따라 돌지 않고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때 땅이 없다면 어쩌나. 구글 지도에서나 남신의주, 청진, 정주 같은 곳을 키워본다. 발밑이 허전하다.
시인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