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개편'이란 이름의 전기요금 누진제 '개악'

지식경제부가 지난여름 '전기료 폭탄'을 몰고 온 전기요금 누진제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비싼 구간과 가장 싼 구간의 요금 격차가 11.7배에 달하는 현행 6단계를 3, 4단계로 줄여 최대 요금 격차를 4∼8배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조금만 전기 사용량이 늘어도 전기료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데 따른 수요자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개편으로 전기를 적게 쓰는 서민'중산층 등 에너지 취약 계층의 전기요금 부담은 커지고 많이 쓰는 계층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데 있다. 4단계로 바꿀 경우 한 달에 50㎾h를 쓰면 지금보다 1천984원을 더 내야 하지만 601㎾h를 쓰면 3만 3천470원을 덜 내게 된다. 전기료가 무서워 전기를 많이 쓰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서민들로서는 '개편'이 아니라 '개악'이다. 지경부는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개편안을 들고나왔는지 모르겠다.

본란에서 누차 지적한 대로 우리나라 전기요금 산정의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한전의 '원가' 꼼수에 있다. 한전은 2011년 8월 이후 1년 5개월 동안 네 번에 걸쳐 19.6%나 전기요금을 올렸다. 그러고도 지경부와 한전은 여전히 전기요금이 생산원가의 90%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전은 생산원가가 합리적으로 책정됐는지 단 한 번도 검증받지 않았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생산원가를 책정하고 전기료가 그보다 낮다고 하는 것은 한전과 정부의 '주장'일 뿐이다.

산더미 부채에도 이해할 수 없는 과잉 복지와 고액 연봉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 한전이다. 이런 상태에서 전기요금이 싸다는 한전의 말이 국민의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전기료를 네 차례나 올리고도 모자라 이제는 서민의 주머니를 더 털겠다는 그 발상이 부끄럽다. 재개편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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