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 백일장] 수필2-설이다

박경은(대구 수성구 만촌2동)

섣달 그믐 날, 형님들과 동서와 함께 부엌을 차지하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울산, 구미, 대구에 흩어져 살다 한 가지씩 음식을 준비하고 모인 다섯 동서로 부엌은 시끌시끌하고 맛난 냄새가 풍겨난다.

조카들만 해도 13명이나 되니 한 끼 식사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식사량도 만만치 않다. 막내둥이 갓 돌 지난 녀석까지 부엌을 들락거리며 구워 놓은 전이며 음식들을 먹어대 굽기가 바쁘다.

집에서 네 식구 밥만 하다가 서른 명에 가까운 대식구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치우고 하는 것은 나에겐 큰일이다.

하지만 큰 형님은 뭐든지 척척 진행시켜 나가신다. 형님 손을 거치면 음식이 금세 뚝딱하고 만들어져 나오고 둘째, 셋째 형님은 큰 형님의 말대로 척척 움직인다.

나와 막내 동서는 그저 잔심부름과 이것저것 거들다 보면 그새 한 상 가득 음식들이 차려진다. 올해도 그렇게 다섯 끼의 식사를 아옹다옹 웃으며 준비하고 아이들 자라는 모습에 세월의 빠름을 느낀다.

설날 아침, 아들 며느리부터 먼저 아버님 어머님께 세배를 드리고 나면, 그다음 손주들이 자기들 서열대로 쭉 서서 세배를 드린다. 그리고 아주버님들 형님들, 그 사이에 끼여 나도 조카들의 세배를 받고 나면 봉투들이 오간다. 대학생이 된 조카나 이제 세 살 되는 조카나 세뱃돈 받는 즐거움에 시끌시끌하다.

점심은 떡국으로 설날 기분을 잔뜩 내고 큰어머니 댁에 가서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친정이 먼 막내부터 큰형님이 알아서 보낸다. 형님의 배려로 우리는 마음 편히 친정으로 떠난다.

"형님, 정월대보름 아버님 생신 때 뵐게요." "아버님 어머님, 다녀오겠습니다."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김만순(김천시 다남2리) 님입니다.

◆응모요령

▷지상 백일장

시'시조'수필'일기 등. 수필'일기는 200자 원고지 4, 5장 분량.

▷우리 가족 이야기

원고지 4, 5장 분량. 사진 포함.

▷보내실 곳: weekend@msnet.co.kr 또는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700-715) 매일신문사 문화부 독자카페 담당자 앞. 문의 053)251-1743.

'우리 가족 이야기'에 선정되신 분과 '지상 백일장' 코너 중 1명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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