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장님께
2011년 12월 매일신문에 '프로농구팀 잃어버린 광역시, 대구의 겨울'이라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내용은 대구시민으로서, 또 체육학 전공자로서 광역시인 대구의 겨울 스포츠가 이렇게 삭막해서야 되겠느냐 하는 염려였습니다. 물론 그동안 대구시는 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필두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그리고 작년에는 전국체육대회까지 유치하여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치른 성과가 있지요. 대구시 자체 평가가 아니더라도 그러한 대회들을 통해 대구시는 상당 부분 스포츠 인프라가 구축되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대구시의 스포츠는 외형적인 화려함에 비해 겨울철만 되면 볼만한 스포츠경기 하나 없는 적막강산이 되고 마는 취약점이 있습니다. 지역 연고였던 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는 야반도주로 수도권의 신생도시 고양으로 연고지를 이전했으며 농구'배구 등이 겨울 프로스포츠로서 전국 각지에서 거행되고 있건만, 대구시는 어느 대회 하나 가까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대구시는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경기에서 우수한 선수들을 배출한 전력이 있고, 아이스하키팀도 지방으로서는 최초로 탄생시켜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회 개최 자체는 미흡하기 이를 데 없으니 이게 무슨 균형 잡힌 선진문화도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문제는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 이전에 대구 스포츠계의 현실이고, 일회성 거대 스포츠제전에 가려져 있는 부끄러운 실체입니다.
지방의 겨울 스포츠가 활성화되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 영역이 중앙에 편중된 우리나라의 지역 간 불균형 문제도 일정부분 해소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제는 정치'경제'사회의 제반 여건이 스포츠의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기보다, 스포츠 정책과 운영체계가 사회의 흐름을 바꾸는 시대가 도래된 것입니다.
세계 어느 선진도시를 봐도 스포츠는 그 도시를 상징하는 꽃이자 애장품으로서 일상생활의 윤활유 역할이 되고 있음을 시장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프로농구 팬이 아니더라도, 지난달 경산에서 열린 2013 여자농구 챌린지컵 대회와 올스타전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관심도는 지방 스포츠 활성화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도시가 누릴 수 있는 물질적인 부가가치 외에 스포츠는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제대로 된 도시라면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인 것입니다.
화려한 성적의 프로야구 삼성, 부족하지만 애쓰는 대구FC가 있어 우리 대구시민은 봄'여름'가을 세 계절이 행복하답니다. 이에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철에도 따뜻한 실내에서 스포츠를 통해 온 가족이 오순도순 즐길 기회가 하루빨리 조성되기를 시장님께 다시 한 번 간청하는 바입니다. 스포츠의 지역 간 균형발전과 이를 통한 지방분권화, 그리고 대구시민의 행복지수는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부처 구성원들의 실천의지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꼭 프로경기가 아니더라도, 또 지역연고팀 경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겨울 스포츠의 볼거리에 목이 말라 있습니다.
김동규 영남대 스포츠과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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