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4일 자신이 대선 때 내놓은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현재 상황은 이런 생각을 진전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줄 때만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진전될 수 있다. 북이 도발하면 협상하고 보상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긴요하다. 북한의 핵개발은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것이고 얻을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이 브리핑했다. 박 당선인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수정도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당선인은 또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고노 전 의장에게 "일본이 피해자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입장에서 생각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노 전 의장은 1993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강제성과 인권 침해를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을 담은 '고노 담화'를 발표할 당시 관방장관으로 이를 주도한 인물이다.
박 당선인은 이날 "한일 간의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과거사 문제가 국민의 정서를 자극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며 "지금 세계 어느 나라도 혼자의 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서로 힘을 합해야만 경제사회의 안전과 안보를 지킬 수 있다. 한일 간 긴밀한 관계야말로 동북아의 경제 공동체나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노 전 의장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에서 배운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일본 정치 후배들이 이런 마음을 갖고 우리 시대의 문제는 우리 세대가 해결하고 젊은이들은 새로운 시대에 활약하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답했다고 조 대변인이 전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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