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재 인근에… 소금기 가득한 제설 눈덩이 토양 오염

안동시 문화재 밀집지역 인근에 쌓아둬…날 풀려 녹으며 쓰레기장 방불

안동시가 겨울 동안 내린 눈을 수거해 둔 눈과 쓰레기가 공원터에 뒤엉켜있다. 전종훈기자
안동시가 겨울 동안 내린 눈을 수거해 둔 눈과 쓰레기가 공원터에 뒤엉켜있다. 전종훈기자

폭설이 내린 도로에서 거둬들인 눈더미가 문화재 밀집지역 인근 공원터에 잔뜩 쌓인 채 방치되고 있다. 쓰레기와 뒤엉킨 눈이 녹으면서 주변을 더럽히는 데다 염화칼슘 등 제설제도 다량 포함돼 있어 토양오염까지 우려되고 있다.

14일 오후 안동시 정상동 귀래정 옆 공원터. 2천118㎡ 규모의 공원부지 대부분이 시커먼 눈으로 뒤덮여 있다. 가장 높이 쌓인 곳이 높이 1m가 넘을 정도다. 최근 며칠간 날씨가 풀리면서 가장자리부터 눈이 녹기 시작해 인근 도로까지 검은 물이 흘러나오고 군데군데 무지개색 기름띠가 보였다. 눈에는 제설작업 과정에서 섞여들어온 캔과 유리병, 연탄은 물론이고 도로 중앙분리대와 교통표지판까지 뒤섞여 쓰레기장을 방불케했다.

이곳은 안동시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올 초까지 시내 도로에서 제설한 눈을 쌓아둔 곳이다. 당시 안동에는 16㎝ 폭설이 내렸다. 시는 수거한 눈을 수하동 하수종말처리장 내 광역쓰레기 매립장에서 처리하려 했지만 매립장이 포화상태인데다 적설량이 너무 많아 이곳에 눈을 모았다.

이 일대는 어은정(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2호)과 귀래정(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7호) 등 문화재가 산재한 안동시 정상동과 인접해 있다. 또한 도로를 사이에 두고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과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 한국전력공사 경북지사 등과 마주 보고 있어 눈더미는 흉물이 되고 있다.

특히 제설과정에서 사용했던 염화나트륨 813t과 염화칼슘 483t 중 상당수가 눈과 함께 뒤섞여 있어 토양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이 제설제는 토양에 흡수되면서 다년생식물 고사의 원인이 된다. 이 일대는 해마다 봄이 되면 금계국이 샛노랗게 피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이 때문에 올봄에는 꽃구경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동시가 이곳에 추진 중인 '원이엄마공원'(가칭) 조성사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다량의 화학물질이 포함된 토양을 개선하기 위해 객토를 하거나 토질에 변화를 줘야 하기 때문. 시 관계자는 "갑작스런 폭설로 눈을 치울 곳이 없었다"며 "문제가 된 시유지의 눈은 조만간 적당한 장소를 찾아 처리하고 공원 조성과 주변 주민들에게 불편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안동'전종훈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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