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하철 참사 10년, 지금 우리는 얼마나 안전한가

18일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 되는 날이다. 처지를 비관해 지하철에 불을 지른 한 방화범의 어처구니없는 범죄로 인해 192명의 인명이 희생되고 148명이 다치는 최악의 참사였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유족들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마르지 않고 250만 대구 시민들 가슴에도 깊은 상처를 남긴 불행한 사건이었다.

지난 10년을 돌이켜 볼 때 상황이 조금만 달랐더라면 이리 참혹한 사건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많다. 기관사가 화재 발생을 승객들에게 신속히 알리고 대피시켰더라면, 반대편 승강장에 객차가 정차하지 않고 그냥 통과했더라면, 전동차 내부에 방염 처리가 되었더라면 아마도 많은 승객이 화를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이다. 그러나 기관사들은 승객을 내팽개치고 도망치기 바빴고 무능한 지하철공사는 우왕좌왕했으며 대구시는 부실한 안전 관리로 수많은 시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사고 현장인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는 '통곡의 벽'만 남았을 뿐 당시 참혹했던 재앙의 그림자는 전혀 찾아보기 힘들다. 시민들 기억에서도 그날의 악몽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다. 여러 안전 장치들이 갖춰지고 제도가 정비되며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참사의 후유증은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우리 사회의 안전 의식 또한 그때와 비교해 월등히 높아졌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가 잊지 않고 되새기며 실천해야 할 것은 안전 의식이다. '안전'은 화염의 절망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값진 교훈인 것이다. 효율성보다는 공공성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수많은 인명 희생을 대가로 얻은 이 소중한 교훈을 모두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그게 희생자에 대한 도리이자 최고의 추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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